제작비 모자라 머리 썼는데 대박난 영화 속 명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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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제작비는 작품 자체의 퀄리티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만, 그러나 빠듯한 제작비에도 훌륭한 작품이 탄생되는 일은 허다합니다. 여기 단순히 제작비를 절감하려는 차원에서 행한 행동이었을 뿐이었는데 뜻밖에도 명장면으로 귀결된 국내외 영화 몇 장면을 모았습니다.

 

 

 1   쥬라기 공원 (1993) - 티렉스의 지프 차량 공격 장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93년 영화 '쥬라기 공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 중의 하나는 영화의 메인 빌런이라고도 할 수 있는 티라노사우루스 공룡인 티렉스의 지프 차량 공격 장면입니다. 영화의 중반부에 등장한 티렉스가 해몬드 박사의 손자들과 말콤 박사, 새틀러 박사 등이 탄 지프 차량을 공격하는 모습은 긴장감으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는데요. 

원래 이 장면은 대본과는 전혀 다른 장면이었다고 합니다. 원래 대본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원작 소설에서처럼 강을 따라 래프팅을 하면서 방문객 센터로 향하는 해몬드 박사의 손자들과 그랜트 박사를 티렉스가 공격하는 장면으로, 공룡이 수영을 한다는 설정에서부터 정글과 폭포, 철창 아래 숨은 일행을 티렉스가 공격하는 장면 등 원작 소설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의 하나였다고 합니다. 

 

원래는 이런 콘셉트였다고 함

 

그러나 각본가인 데이비드 코웹의 의견과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거액의 제작비가 소요되는 티렉스의 정글 수중 액션 장면을 삭제하고, 물이 아닌 땅에서 단순히 티라노사우루스가 지프 차량을 공격하는 장면으로 대체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뜻밖의 명장면이 탄생됩니다. 티렉스의 접근을 암시하는 물 잔의 떨림, 섬광탄으로 티렉스를 유인하는 장면, 변기에 앉아 티라노사우루스에 잡아먹히는 인젠의 변호사 도널드 제나로, 사이드 미러에 비친 티렉스의 모습과 "사물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는 문구의 절묘한 조화 등등 모두 '쥬라기 공원'을 대표하는 명장면들이었죠.  

 

 

 

 2   백 투 더 퓨처 (1985) - 벼락 탈출 장면

1,900만 달러(한화 약 212억)의 제작비로 전 세계 흥행 수익 4억 2,000만 달러(4,690억 원)의 경이로운 수익을 올렸던 영화 '백 투 더 퓨처' 1편의 엔딩에서 주인공 마티가 미래로 돌아가는 방법은 30년 전 브라운 박사의 도움으로 시계탑에 친 번개를 이용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플루토늄에 상응하는 유일한 전력이 1.21 기가 와트의 전기인 번개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원래 이 장면은 네바다 사막에서 촬영이 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55년에 네바다 사막에서 미국의 핵실험이 있었다는 역사와 결부된 시나리오였는데요. 다만 제작비가 너무 커진다는 우려와,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핵폭발에 그대로 노출된 주인공이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느냐는 의문 등이 제기되며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번개를 맞고 미래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바꾸게 되었다고 합니다. 

비용 문제 때문에 무산된 이 장면을 아쉬워했던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는 23년 후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네 번째 작품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 네바다 핵실험 장면을 써먹게 됩니다. 네바다 사막의 핵실험 와중에 인디아나 존스 박사가 영하 10도의 냉장고에 들어가 목숨을 건지는 장면인데요. '백 투 더 퓨처'의 타임머신 콘셉트가 처음에 냉장고였다가 아이들이 냉장고로 들어갈 것을 우려해 자동차로 바꾸었다는 사실까지 그대로 차용한 귀여운 발상이었답니다.  

 

23년 후 무산된 아이디어를 기어코 영화에 쓴 스티븐 스필버그

 

 

 3   데드풀 (2016) - 데드풀 쌍칼 액션 장면

2016년 영화 '데드풀'의 제작비 5,800만 달러는 2007년 '아이언맨'의 1억 4,000만 달러, 2015년 '판타스틱 4'의 1억 2,000만 달러에 비해서도 상당히 저렴한 제작비였습니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청소년 관람불가로 제작을 한다고 했으니 성공 가능성을 의심한 제작사의 투자 의지 위축이었죠.

그 결과 탄생한 장면이 최종 결투 장면에서의 데드풀의 쌍칼 액션입니다. 프란시스와 세력과의 최종 결투를 맞이하기 위해 택시에서 내린 데드풀은 이내 다량의 중화기를 담은 더플백을 택시에 놓고 내린 것을 알아챕니다. 깜찍한 핸드폰으로 택시 운전사 도핀더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가버리고, 데드풀은 총을 포기하고 검 두 자루로 전력을 다하는 구식 방법을 사용하겠다고 선언을 합니다.

그렇게 펼쳐지는 최종 결투에서의 데드풀의 화려한 쌍칼 액션 장면 역시 사실은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나온 설정이었다고 합니다. 혈흔이 낭자한 헤드샷과 수위 높은 성적인 농담으로 가득한 청소년 관람불가 R 등급 슈퍼히어로 영화라고 제작사에서 제작비를 줄이니, 팀 밀러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최종 결투 장면에서 총기와 폭발을 최소화한 설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4   싸이코 (1960) - 레전드 샤워실 살인 장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걸작 클래식 호러 영화 '싸이코'의 샤워신은 영화 속 가장 무서운 장면을 꼽을 때 늘 손꼽히는 장면이자, 지난 2003년 출간된 글로벌 베스트셀러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편'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사의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합니다. 

붉은 피가 자극적으로 난무해야 할 호러 스릴러 영화인 '싸이코'가 흑백으로 촬영된 이유는 실제 사건과 소설의 잔혹성으로 인한 검열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지만 제작비 절감 차원이 더 컸다고 합니다. TV 프로그램 제작비에 불과한 달랑 80만 달러(한화 약 8억 원)이 히치콕이 동원할 수 있는 제작비의 전부였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동원된 흑백 촬영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샤워신 장면인 너무 너저분하게 보이지 않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었고, 오히려 흑백 촬영은 음악 감독 버나드 허먼의 효과음과 맞물려 상상력을 자극해서 공포심이 극대화된 명장면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5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2012) - 나쁜놈들 떼거리 등장 장면

빠듯한 제작비 덕에 탄생한 명장면은 국내 영화에도 더러 있습니다. 2012년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는 하정우, 최민식 등의 배우들의 포진으로 대작 영화로 보이지만 사실은 제작비 45억 원에 불과한 중저예산 영화입니다. 

그렇다 보니 1990년대 초반의 과거를 구현하기 위한 세트 비용이나 CG 비용이 빠듯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영화의 포스터를 장식하는 장면이자 영화 속 대표 명장면 중의 하나인 하정우와 최민식을 중심으로 최형배파 나쁜놈들이 무리 지어 걸어오는 장면은 윤종빈 감독이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장면을 수정해서 찍은 명장면이라고 합니다. 

 

 


이 장면에 등장한 부산 중앙동 시장 골목은 1990년대와 분위기는 흡사했지만 길거리에 보이는 간판들 속 전화번호가 1990년처럼 두 자리가 아닌 세 자리였다고 합니다. 예산만 넉넉했다면 일일이 CG로 모두 수정을 했겠지만 부족한 제작비 탓에 주변의 간판을 가리기 위해 일부러 등장인물 수를 늘려서 인물 위주로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사람 쪽수로 배경 속 간판들을 가려버린 것이었고, 이 장면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풍문으로 들었소'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영화의 가장 유명한 명장면으로 탄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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