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능가한다, 한국 영화 속 특수분장 돋보인 장면들

영화 속 특수분장은 극에 사실성을 더해 몰입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전에는 주로 SF 영화나 공포영화에서 주로 사용했다면, 지금은 보다 다양한 장르에서 이용되고 있죠. 배우들은 특수분장을 통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연기하고는 합니다. 이제 영상매체에 있어서 특수분장은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그렇다면 오늘은 작품을 위해 특수분장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배우들의 명장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암살, 이정재>

특수분장하면 <암살>의 염석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극이 끝나갈 무렵 염석진은 노인으로 등장해 영화 마지막까지 관객들을 몰입하게 했는데요. 주름 가득한 얼굴과 하얀 머리, 특히 쳐지고 볼록하게 나온 뱃살은 정말 그가 나이가 든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때 염석진이 법정에서 내뱉은 “총알이 두 개지요~”라는 긴 대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패러디되기도 했죠.

 

이정재는 법정신에서 상의를 탈의했는데요. 이를 위해 가슴과 배에 패드를 붙였습니다. 그러나 분장을 해도 팔에 근육이 남아 있어, 15kg을 감량하며 근육까지 뺐죠. 또 노인의 모습을 극대화하기 위해 외면뿐만 아니라 목소리 톤과 행동까지 바꿔가며 연기에 담았습니다. 그 결과 아직까지 회자되는 명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죠.

<미녀는 괴로워, 김아중>

영화 속 특수분장이 보편화된 것은 바로 이 영화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마리아’라는 노래로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미녀는 괴로워>입니다. 당시 제작진은 주인공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바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특수분장 때문이었습니다. 거기다 노래까지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역할을 거절하는 배우들이 많았죠. 하지만 원래 가수를 준비했던 김아중이 캐스팅되면서 영화는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김아중은 100kg에 육박하는 몸을 만들기 위해 매 촬영마다 특수분장을 해야 했습니다. 분장 시간만 무려 4시간에 달했는데요. 라텍스 소재로 되어 있는 분장 탓에, 표정 연기에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게다가 촬영 시기가 여름이라 무거운 몸을 이끌며 땀도 많이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그녀의 노력 덕분일까요. 관객들은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 영화에 호평을 내뱉었습니다. 신인배우였던 김아중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죠.

<국제시장, 황정민>

1,4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 역시 배우들의 특수분장으로 화제였습니다. 특히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황정민이 아버지의 사진을 보면서 하는 독백은 많은 사람들을 울렸는데요. 밖에서 신나하는 가족들의 모습과 쓸쓸히 방에 혼자 있는 노인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감동을 극대화한 장면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007 스카이폴>의 특수 분장팀이 만들어 냈는데요. 무려 7개의 본을 떠 얼굴의 질감을 살렸다고 합니다. 촬영장 근처에 있던 시민이 황정민을 보고 “누가 영화에 나오냐”고 물을 정도로 완벽한 분장이었죠. 황정민도 자연스러운 주름을 연출하기 위해 일부러 표정을 찡그리며 연습했는데요. 여기에 CG까지 더해지면서, 영화 속에 세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두근두근 내 인생, 조성목>

특수분장으로 노인이 되는 것은 성인 배우들만이 아닙니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당시 중학생인 조성목은 노인 분장을 해야만 했는데요. 조성목이 연기한 아름이가 극중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소년이었기 때문입니다. <두근두근 내 인생>의 분장팀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브래드 피트를 분장했던 그렉 케놈이 맡아 이 또한 화제였습니다.

 

조성목은 어른도 견디기 힘든 특수분장을 매 촬영마다 소화했는데요. 감독은 조성목의 어리지만 어른스러운 말투와 태도를 보고 캐스팅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극중 아름이가 자신이 병으로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부모에게 반항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조성목은 그 장면에서 성숙한 연기로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습니다.

<이끼, 정재영>

영화 <이끼>는 화제작이었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특히 정재영은 70대 노인 천용덕 이장 역을 연기했는데요. 제작진은 극중 20대부터 70대까지 등장하는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애를 먹었습니다. 감독은 한 배우가 젊은 시절과 노년을 모두 연기하길 바랐다고 하는데요. 그 모험에 정재영이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정재영은 이 작품을 통해 안티팬이 늘었다고 밝혔는데요. 실제로 원작 팬들은 정재영이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심하게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재영은 관객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삭발을 감행하고 힘든 특수분장을 견뎠는데요. 이에 보답하듯 그해 청룡영화상, 부일영화상 등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돌연변이, 이광수>

영화 <돌연변이>에서 이광수는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가 연기한 박구는 신약 개발 부작용으로 생선 인간이 된 청년이었기 때문이죠. 이광수는 역할 소화를 위해서 매번 8kg이 넘는 탈을 썼는데요. 표정이 없는 생선탈을 쓴 탓에 그는 목소리만으로 연기해야 했습니다.

 

이광수는 앞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여러 번에 리허설을 걸쳐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단 한 번의 대역도 쓰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돌연변이>는 그의 연기에 대한 노력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영화는 토론토 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은교, 박해일>

영화 <은교>는 노인과 열일곱 소녀의 사랑을 소재로 한 파격적인 영화였습니다. 당시 박해일은 자신의 나이보다 2배 가까이 많은 70대 노인을 소화했는데요. 박해일의 연기력도 놀라웠지만 특수분장 역시 극에 사실감을 더하는데 한몫을 했습니다. <은교>의 특수분장 팀은 국내 최초로 얼굴과 신체에 섹션 별로 붙여가는 특수분장을 시도했는데요. 이때문에 박해일은 매번 얼굴과, 몸, 손까지 분장하는 고생을 했습니다.

 

완벽한 분장과 연기력으로 박해일이 등장하는 매 장면마다 놀라움을 선사했습니다. 그는 계속되는 화학약품 처리 때문에 피부가 상하고, 심지어 탈색까지 되는 고통을 견뎠는데요. 그럼에도 한 인터뷰에서 “높아지는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좋은 시도였다.”라고 말하며 배우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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