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테이너'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아나운서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진 후, 아나운서들의 잇따른 프리선언은 대중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방송국에서 기회를 주고 인지도를 올려놨더니 '뜨자마자' 돌아섰다는 것.
실제로 지난 한 해에만 SBS에서는 박선영, 장예원, 김민형 등 간판급 여자 아나운서들이 대거 퇴사하면서 방송사 자체적으로 타격이 컸는데요. 갑작스러운 공백을 채우기 위해 바빠진 건 후배 아나운서 주시은입니다.
SBS의 스타급 아나운서로 꼽히던 장예원이 퇴사하면서 그의 뒤를 이어 '씨네타운'의 후임으로 들어가기도 한 주시은은 2016년 입사한 5년 차 아나운서입니다. 입사 당시 17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서울여대 언론홍보학 11학번인 주시은은 대학 재학 중에도 '끼'를 펼치기보다는 주어진 과제에만 집중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아나운서의 꿈은 없었지만 전공을 살려서 방송국에서 일하겠다는 목표만 막연히 있었던 주시은은 CJ E&M에서 조연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당시에 대해 주시은은 "그때 일하면서 내가 마이크를 채워주는 사람이 아니라 마이크를 차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라고 회상했는데요.
이후 일을 그만두고 복학한 주시은은 4학년 때 '방송화법'이라는 전공수업을 들으면서 아나운서의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께는 "딱 1년만 준비해 보고 안되면 포기하겠다"라고 선언한 후 아카데미에 등록하며 본격 아나운서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고.
다만 주시은은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다른 아나운서 준비생들과 경쟁하고 비교하면서 되려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험을 했고 점차 자신의 색을 잃어간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독학을 선택했습니다. 하나같이 능력 있고 예쁜 경쟁자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차별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이에 대해 주시은은 "혼자 정보력이 떨어지면 어쩌나 싶은 기간도 있었지만 그런 불안한 시간이 오히려 무모한 자신감을 들게 만들었다. 형식이나 틀에 가두지 않고 저 자체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주시은의 과감한 선택과 집중은 성공적인 전략이었습니다. 아카데미를 다니면서도 수년간 준비한다는 아나운서 시험에서 단 1년 만에 17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016년 SBS 아나운서에 최종 합격한 것. 이에 대해 주시은은 모교와의 인터뷰를 통해 "막연하게 될 거라는 기대감만 갖기보다는 현실적으로 판단해서 '언제까지 준비하겠다' 목표를 세우고, 대신 기한 안에 잘되지 않더라도 최대한 후회하지 않도록 스스로 할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내놓았습니다.
입사 후 주시은은 차근차근 방송 경험을 쌓아나갔고 그러던 중 2018년 우연히 라디오 프로 '배성재의 텐'의 대타 DJ를 맡았는데요.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에서 주시은은 '남심저격방송'이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완벽한 진행을 해내면서 좋은 반응을 불러왔습니다. 이후 '풋볼 매거진 골'을 진행하면서 축구 팬들 사이 인지도를 높였는데요. 입사 초반만 해도 축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서 K리그 경기 후 선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선수 이름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선수 나왔습니다"라고 말하는 큰 실수를 할 정도였지만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한 끝에 'SBS 스포츠뉴스'와 '스포츠 투나잇' 등에서 활약할 수 있었습니다.
2019년 연말 즈음 뉴스 앵커 오디션에 참가한 주시은 아나운서는 지난해 11월부터 SBS 간판 뉴스의 주말 진행자로 발탁되었습니다. 나이대나 연차로 봐서 무척 이른 편인데, 김민형 아나운서가 맡아온 주말 앵커 자리와 스포츠 투나잇을 물려받은 셈. 이에 주시은은 기존에 출연하던 라디오 게스트와 팟캐스트 등의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새로 맡은 프로그램에서도 프로다운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SBS에서 가장 바쁘다는 주시은 아나운서의 스케줄이 하나 더 늘어나면서 팬들의 응원이 걱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현재 'SBS8뉴스'의 주말 앵커이면서 매주 화요일 오전 1시에 방송하는 '스포츠 투나잇'의 진행도 맡고 있는 주시은은 팟캐스트 '축구쑥덕SBS'와 라디오 '김영철의 파워FM'에도 고정 출연 중인데요. 여기에 SBS 예능 프로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FC 아나콘다의 멤버로 합류하게 되면서 방송 녹화 스케줄뿐만 아니라 훈련 스케줄까지 생긴 것.
특히 지난 3일 방송한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주시은 아나운서는 경기 중 체력이 바닥나면서 바닥에 주저앉는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당시 주시은은 탈수 직전의 상황에 이르러 경기장 밖으로 실려 나왔는데, 인터뷰를 통해 "빨리 회복하고 뛰고 싶은데 뜻대로 안되니까"라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이에 선배 아나운서들은 "괜찮다"라고 위로하며 "울지 마. 내일 새벽 4시 50분에 출근해야 하는데"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는데요. 방송이 나간 후 시청자들은 "아나운서 스케줄이 원래 저렇게 힘든가", "저러니까 축구하다 쓰러지지", "선배들이 줄줄이 퇴사한 덕분에 다 받은 느낌이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또 댓글 중에는 "출연료도 얼마 안 된다던데"라는 내용도 눈길을 끌었는데, 실제로 주시은 아나운서는 현재 SBS 소속의 회사원 신분이라서 따로 출연료를 받지 않고 방송 출연분에 대한 수당을 지급받고 있습니다. 공중파 아나운서들의 예능 출연 수당의 경우 TV는 2만 원, 라디오는 5천~1만 원 선으로 알려져 있죠.
때문에 주시은 아나운서의 스케줄을 두고 "혹사가 심해 보인다", "과로로 쓰러지는 거 아니냐", "곧 프리선언하겠다"라는 등의 팬들 반응도 이해가 되는데요. 다만 이에 대해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선배 배성재 아나운서는 진행 중인 라디오 프로를 통해 "(주시은 아나운서는) 인생에서 가장 즐거워한다. 예능을 처음 하는 거라 너무 즐겁게 하고 있고, 관심도 많이 받고 있다"면서 "그동안 나간 분들 비교하면 얼마 되지도 않았다. 더 할만하다"라며 해명했습니다.
아무쪼록 보도국과 라디오국, 예능국을 넘나들며 활약 중인 주시은 아나운서가 앞으로도 더 많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도록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충분한 충전시간을 확보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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