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네이트판
어제 참..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서 정신이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혼할 겁니다.
어제 집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거실 쇼파위에 올라가서 선채로
울고 있었습니다.
그냥 우는게 아니라 완전 경기하듯이 울길래
집에 들어오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정신없이 아이들 달래도 그치질 않길래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어딜 가르키는 겁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우는 아이들밖에 안보여서
다른데를 미쳐 못봤는데..
아이들이 가리키는데 보니까 하아..
예전에 남편이 물고기 모았을때 쓰던
큰 유리수족관이 있습니다.
물고기에 싫증나서 더이상 안돌보니까
제가 다 나눠준 다음에 빈 수족관을
조화와 자갈로 채워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이용했습니다.
근데 거기에 뱀이 한마리 있네요.
대략 굵기가 제 주먹크기의 반정도
흙색 뱀이었네요.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오더군요.
제가 아이들보고 뱀이 보기 무서워서 그러냐고
그럼 보지말고 같이 방으로 들어가자고 하니까
아이들이 번갈아가면서 속사포로 말을 하더군요
아이들이 자기들 방에서 놀고 있는데
남편이 케이지에 든 뱀을 방에서 들고 나와서
아이들에게 만져보라고 했답니다.
아이들이 징그러워서 만지기 싫어하니까
실갱이를 하다가 뱀이 바닥에 떨어졌대요
한참뒤에 남편이 케이지로 뱀 다시 유인해서
넣은 뒤 저기 거실 수족관에 넣었다는겁니다
기가막혀서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던
남편을 불러내서 한바탕 했습니다.
남편말이 뱀을 떨어뜨린건 실수였고
그것 때문에 케이지상태가 이상해서
거실 수족관에 넣어둔 거랍니다.
하도 제가 반대가 심하니까
아이들 교육차원에서 먼저 보여주고 해서
거부감 없애면 되지 않나해서 그랬다는겁니다.
제가 대체 뱀은 언제 데려온 거냐니까
일주일 전쯤이라네요.
남편방은 항상 잠그고
열쇠는 본인이 들고다니니
제가 미쳐 몰랐던거죠.
할말이 없어서
제가 폰으로 제글과 댓글들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니까 펄펄 뛰면서
댓글들이 헛소리 하는거라네요.
뱀키우는데 그렇게 돈들거 없고
뱀은 산에서도 잘살고
추우면 겨울잠자기 때문에
온도는 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답니다.
그리고 먹이는
안보이게 넣어놓으면 될일 아니냐고
왜 쓰잘데기 없는 글을 써놔서
남편 욕먹이냐고 그러네요.
그러면서 저보고 취미존중 하랍니다.
저를 저를 포함해서 판 댓글 쓴 사람들이
뱀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당연히 안좋은 소리 나오는거 아니냐면서요.
정말 할말도 없고 손만 부들부들 떨리고
아이들은 뱀 있는게 무섭다고
집에 있기 싫다고 그러고..
그래서 제짐과 아이들 짐 싸서
밤중에 친정으로 왔습니다.
친정오는 도중에 시어머니가 계속 전화와서
받았더니 대뜸 왜 집을 나갔냐네요.
남편말이 제가 남편벌이가 시원찮다고
구박하다가 집나갔다고 하더래요.
그러면서 시어머니께서 하는말이
여자는 남자가 얼마를 벌어오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애 엄마가 되어서 왜 그리 무책임하느냐고
쉴틈도 없이 몰아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저는 남편이 집에 뱀을 들여와서
집을 나가는 겁니다.
그랬더니 시어머니가 뭔소리냐고 그럽니다.
전 남편에게 직접 물어보시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시간 좀 지나니 남편 카톡이 불이나대요
고작 그런거에 집을 나가냐느니
엄마의 자격도 없는 무책임한 여자라느니
그 정도면 뱀포비아이니
정신과가서 치료 받아야 한다느니..
온갖 비난들 일색에..할말이 없어서
계속 답을 안하다 폰을 꺼두었습니다.
잠이 안와서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아침에 회사가는길에 폰을 켜보니
시어머니랑 남편 카톡들이 줄줄이 와있더군요
시어머니는 자기가 아들 어릴때 돈번답시고
잘 못돌본게 미안하다고
너라도 잘해야 하지 않겠냐는 내용들이고
남편은 자기가 잘못한 셈 치자고
굵은 뱀이어서 애들이 무서워한거라고
앞으론 얇고 작은 뱀들만 데려오면 되지 않냐고
그것도 많이 양보한거라고
이런 내용들 보냈다가..
그래도 답 없는게 화났던지
본인 페북에 제 저격글 올려논글
링크해 놓은걸 보냈더군요.
클릭해보니 남편 친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제 욕을 해놓은 댓글들이 서너개 달려있고..
페북글에 의하면
저는 남편의 취미생활도 존중해주지 않고,
남편 아침밥도 제대로 안챙겨주며
돈번다는 핑꼐로 밖에나가 놀기만 하는
여자이더라구요.
다 대답할 가치가 없어서 그냥 냅뒀습니다.
원래 결혼초에 남편이 이정도는 아니었어요
무슨말이냐면 이정도로 취미를 광범위하게
바꿔대거나 육아에 과도하게 무관심하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말입니다.
결혼초나 큰아이 낳고 한 몇달 후쯤까지는
그래도 아이 분유탈때 잠시 안고 있어주거나
하는 정도로 도와주기는 했었습니다.
집안일도 적어도 한달에 한번 청소는
도와주기는 했었지요.
남편이 가부장적인 집에서 자라서
본인 스스로
집안일을 해본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조금만 집안일 도와줘도
칭찬하고 추켜세워주고 그랬습니다.
근데 큰아이가 거의 돌쯤 되갈때부터
그마저도 안하기 시작하더라구요.
본인말로는
결혼하고 자기생활이 없어지는 것 같답니다.
남자는 원래 자기세계가 있어야 하는거니
이해해줘야 한다면서
그리고 자기가 돈을 더 벌어오지 않느냡니다.
사실 연봉으로
남편이 백만원정도 더 벌기는 합니다.
저희 출퇴근 시간은 얼추 비슷하구요.
그런데요,남편이 생활비로 제가 주는 돈은
40-50만원 남짓입니다.
원래는 한 80만원정도 줬는데
취미에 과도하게 빠지고부터 줄었습니다.
자잘하게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이나
나머지 생활비는 제 월급으로 충당합니다.
결혼초엔 남편이 제 월급으론 주 생활비 하고
자기 월급으로 적금을 들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 시작한건데
점점 생활비를 줄이더니
제가 생활을 주로 꾸려나가는걸
당연시 했습니다.
적금 든 내역을 보여달라고 해도
자기를 못믿냐는 말밖에 안돌아오고..
아이들이 크면서
제 월급과 남편이 주는 생활비로는
감당이 안되서 주말 파트타임 알바도
가끔 뛰면서 유지하고 있습니다.
댓글들 읽다보니 어떤분이 그러셨더군요.
제 남편같은 남편도 있으니
자기에게 잘하라고
본인 아내한테 말해야겠다구요.
전 순간 제 남편이 쓴 말인줄 알았습니다.
취미생활 때문에 언쟁이 벌어지면
늘 남편이 내게 하던 말이 있거든요.
인터넷 뉴스에 아내 폭행하고 바람피고
이혼소송하고 그런 남편들 많은데
자기는 안그런데 감사하고
자기에게 잘하라구요
남편말로는
제가 이혼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네요.
일본사이트에 아내가
남편의 취미생활 존중 안하고
남편이 모은 피규어 다 갖다버려서
사이트에서도 엄청 욕먹고 이혼당했다면서
저도 그 일본여자같은 그런여자랍니다.
시간나는대로
변호사 상담부터 받아봐야 할것 같습니다.
정말 남편은 변할것 같아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댓글쓰신분이
뱀이 문제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네 맞아요, 뱀이 문제가 아니라 뱀을 계기로
그동안 쌓인게 터진거겠죠.
어제같은 사건도 터지고 나니
제가 얼마나 아이들에게 못난 엄마였는지
알것 같습니다.
어느 댓글분이 말씀하신것처럼
아버지로서 좋지 않은 남편의 행동들을
계속 아이들이 보게했다는 것에 대해서
부끄럽습니다.
네이트판 베플
이번 에피소드를 읽고 느낀점
취미생활은 삶의 지장이 없을만큼
즐길수 있는 생활을 말하는건데...
결국 이혼의 길을 밞는군요...
바보같은 남편이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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