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 때는 말이야"를 가장 많이 듣는 이를 꼽자면 군 장병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국방부가 지난해부터 평일에도 일과 후 휴대폰 사용과 외출이 허용하면서 최근 군 장병들은 군필은 물론 미필들에게까지 "군대 편해졌다"라는 말을 듣고 있는데요. 아무렴 군 생활이 편하기까지야 할까요? 나라의 부름을 받고 인생의 소중한 시기를 희생한 국군장병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지니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스타들에 대한 불편한 시선 역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스스로는 군 복무를 강력하게 원했으나 국방부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면제 처분을 받은 스타들도 있습니다. 힘이라면 대한민국에서 손꼽힌다는 천하장사 출신부터 정글에서도 살아남은 족장님까지 군대를 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키가 작아서"
156.7cm 김병만
입대했다면 분명 행보관이 하사 지원하라고 러브콜 보냈을 듯하다는 김병만은 의외의 군 면제 처분을 받은 연예인입니다. 예능을 통해 보여준 김병만의 체력과 운동신경은 국대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런 김병만이 군 면제를 받은 사유는 바로 기준 미달의 키 때문입니다. 실제로 해병대에 꼭 가고 싶었다는 김병만은 156.7cm의 작은 키 때문에 현역 입대조차 거부 당했지요.
국대급 체력을 자랑하는 김병만 외에 진짜 국가대표 출신 스타 역시 키 때문에 병역을 면제받은 바 있습니다. 바로 농구선수 출신 서장훈인데요. 서장훈은 2002년 농구 종목 금메달을 획득하였지만 사실 그보다 앞서 이미 병역을 면제받았습니다. 바로 2m가 넘는 키 때문인데요. 당시 신장 제한은 196cm였고 207cm인 서장훈은 군 면제 처분을 받았지요. 이에 대해 서장훈은 "지금은 운동선수가 제 키 정도면 사회복무요원이나 국군체육부대 등에서 근무한다. 지금은 키가 3m가 돼도 간다"라며 "굉장히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뚱뚱해서 못 갔다"
129kg 강호동
천하장사 출신의 국민 MC 강호동 역시 군 면제 처분을 받은 연예인입니다. 체력이라면 대한민국에서 손 꼽히는 그가 아니면 누가 나라를 지키겠느냐마는 강호동의 면제 처분은 아주 명확한데요. 바로 군복무제한체중을 넘어섰기 때문이지요. 1990년 씨름선수로 활동하던 강호동은 동계 훈련 중 신검통지서를 받고 고향인 마산으로 내려갔고, 운동선수이니만큼 활동의 공백을 가지지 않기 위해 면제처분을 받길 고대했습니다.
당시 120kg 내외의 몸무게를 유지하던 강호동은 갑작스레 군복무제한 체중에 110kg에서 123kg으로 바뀌는 바람에 걱정했다는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는데요. 신체검사 일주일 앞두고 급히 휴가를 요청해 훈련을 중단하고 몸무게를 늘린 끝에 129kg으로 면제처분을 받았습니다. 면제 처분 직후 강호동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 열흘간 집에서 푹 쉬면서 마구 먹어댔더니 간단히 14k이 불어났다"라며 기쁜 마음을 전하기도 했지요.
강호동과 반대로 체중이 너무 안 나가서 면제 처분을 받은 연예인도 있습니다. 바로 국민약골로 불리는 개그맨 이윤석이지요. 이윤석은 체중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앓았던 소아마비와 중학교 시절 진단받은 류머티즘, 교통사고로 인해 받은 지체장애 5급 그리고 시력까지 총 다섯 가지 이유로 명역 면제를 받았는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부 네티즌들이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댓글을 달아 상처를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액션 연기할 때는 몰랐는데
아파서 못 갔다는 스타들
이윤석만큼은 아니지만 신체상 질병을 이유로 군 면제처분을 받은 스타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영화 '우는남자'를 통해 완벽한 액션 연기를 선보인 장동건은 '기흉'으로 인해 큰 수술을 한 경험이 있어서 면제 대상이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폐에 구멍이 생기면서 안으로 공기가 차는 '기흉' 증상이 발생해 잦은 가슴통증과 호흡곤란으로 학업에 어려움까지 겪었다는 장동건은 이후 수술을 받아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으나 신검 당시 기흉으로 5급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배우 유아인은 액션 촬영 당시 부상의 후유증으로 인해 군 면제까지 간 스타입니다. 2013년 영화 '깡철이' 촬영 당시 어깨 근육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한 유아인은 2015년 첫 신검 당시 "부상 부위의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라는 소견과 함께 등급 보류 판정을 받았는데요. 이후 총 다섯 차례의 재검을 통해 해당 부상 부위에 골육종이 발견되어 결국 면제 판정을 받았습니다.
배우 서인국은 현역 입대했으나 귀가 명령을 받고 돌아온 특이한 케이스인데요. 2017년 3월 경기 연천구 5사단 신병교육대대에 현역 입대한 서인국은 훈련에 앞선 질병 확인 결과 관절의 연골조직이 반복적인 충격이나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괴사해 뼈가 함께 분리되는 병인 '박리성 골연골염'을 진단받고 5급 전시근로역 처분을 받았습니다. 5급은 현역입대와 예비군이 면제되어 만 40세까지 민방위훈련만 받으면 되는 등급으로 서인국은 재입대를 할 수 없게 되었지요.
이외 배우 배용준과 신현준, 개그맨 박명수는 시력미달로, 가수 신혜성은 십자인대파열로 각각 군면제 혜택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학력미달 사유
중졸 정우성
배우 정우성은 최종학력 미달로 군 입대를 하지 못했습니다. 경기상업고등학교를 중퇴한 정우성은 최종학력 중졸로 면제 판정을 받은 것이지요. 은지원 역시 졸업한 한국켄트외국인학교가 학력인정이 되지 않아 최종학력이 종졸인 바람에 군대에 가지 못했는데요. 가수 서태지의 경우에도 고등학교를 자퇴해 학력미달의 사유로 면제 대상자였지만 그보다 먼저 위장병의 일종인 '위천공'을 앓는 바람에 입대 면제 처분을 받았습니다.
생계유지곤란
조정석
집안사정으로 인해 군 면제 처분을 받은 스타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배우 조정석은 생계유지곤란의 사유로 입대하지 못했는데요. 2000년 당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를 부양해야 했던 조정석은 직접 면제신청을 했고 세무조사 및 재무조사 이후 면제 판정을 받았습니다. 조정석이 군대에 가면 실질적으로 어머니의 생계를 책임질 부양가족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가수 이하늘과 개그맨 윤정수 역시 같은 사유로 군 면제를 받았습니다.
그 외 특별한 면제 사유로는 개그맨 정준하가 신체검사 당시 현역 1급을 받고도 4대 독자라는 이유로 입대를 하지 못한 것이나 사생아라는 이유로 면제 판정을 받은 배우 손지창 등의 사연이 눈길을 끈 바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면제 사유들은 현재 대부분 수정되어 면제가 아닌 보충역 처분으로 기준이 강화되었는데요. 병역 인력이 충분하던 시기에 받은 일종의 혜택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다만 고의가 없는 국방부의 지시와 절차에 따른 합법한 처분이었다면 비난의 대상이 될 이유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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