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에게 배우들의 애드리브는 뜻밖의 재미를 선사하는 재밌는 장치이지만, 사실 애드리브는 감독에게도, 배우 본인에게도 부담스러운 것입니다. 실제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배우들의 애드리브를 매우 싫어한다고 하죠. 반면 때로는 신의 한 수가 된 애드리브가 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영화 <아이언맨>에서 날린 회심의 애드리브 ‘I’m iron man’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린 명대사가 되었죠. 오늘은 한국 배우들이 애드리브로 만든 명장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애교심 뿜뿜
<올드보이>
2003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역작, <올드보이>는 아직까지도 스릴러 영화의 걸작으로 불리는 영화입니다. 흠잡을 게 없는 시나리오에 시종일관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영화라 애드리브의 여지가 적은 영화였지만, 이 영화에도 애드리브가 존재합니다. 영화의 후반부, 주인공 ‘오대수’와 ‘이우진’이 마침내 대면하는 장면에 바로 그 애드리브가 등장합니다.
최민식이 분한 오대수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되고, 이우진의 앞에 엎드려 용서를 구하며 오열합니다. 이때 오대수가 이우진에게 동창임을 강하게 어필하며 교가를 부르는데요. 사실 이 교가는 최민식의 애드리브였습니다. 이때 최민식이 부른 교가는 실제 최민식 모교의 교가로, 동정심을 좀 더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 교가를 불렀다고 합니다.
어허 손 조심
<타짜> & <택시운전사>
최동훈 감독을 대중에게 완벽히 각인시킨 영화죠. 2006년 영화 <타짜>는 찰진 대사가 주특기인 최동훈 감독의 장점이 극대화된 작품인데요. 그만큼 영화 전체에 촘촘한 애드리브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고니’와 ‘고광렬’의 첫 대면 장면은 타짜 콤비의 입재담이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유해진이 맡은 고광렬이 촐싹거리며 화투판 사람들에게 패를 나눠주자 신경이 거슬린 고니는 ‘아저씨, 그 아가리를 좀 닥치고 쳐도 될 거 같은데’라는 대사를 날리죠. 이에 고광렬은 당황하며 ‘아니 뭐 돈 딸라고 칩니까, 재밌자고 치는 거지. 안 그래요?’라고 받아치는데요. 사실 이 대사는 전부 조승우와 유해진의 애드리브로 두 배우의 내공이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특히 유해진은 <타짜>로 무명 배우에서 명품 조연 배우로 거듭난 배우죠. 유해진은 2017년 영화 <택시운전사>에서도 특별한 애드리브를 선보였는데요. 피터가 돈이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유해진이 분한 ‘황태술’이 ‘화투? 나도 소싯적에는 이거를…’이라는 회심의 대사를 날렸습니다. 유해진은 후에 <타짜>가 생각나서 한 대사였다고 밝혔죠.
‘찐’ 공포 리액션
<럭키>
유해진과 관련된 또 다른 애드리브가 있습니다. 바로 유해진 첫 단독 주연 영화, <럭키>에서 등장한 애드리브인데요. 기억을 잃고 배우가 된 전직 살인청부업자 ‘최형욱’은 드라마의 여주인공 역으로 특별출연한 전혜빈에게 ‘네가 없는 그곳은 나에겐 정말 지옥이었어’라는 대사를 던지는 장면입니다.
이에 전혜빈은 부담스러운 최형욱의 얼굴에 컷이 떨어지자마자 ‘너무 무서워요!’라고 소리치죠. 심지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소리치면서 치를 떠는 듯한 표정이 압권인데요. 전혜빈 특유의 큰 눈이 겁먹은 연기와 완벽한 조화를 이뤄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가 된 애드리브였습니다.
개그 욕심은 못 참지
<부산행>
K-좀비의 시작을 알린 영화 <부산행>으로 ‘코리안 헐크’라는 별명을 얻은 마동석도 환상적인 애드리브를 선보인 배우 중 한 명입니다. 공유가 분한 ‘석우’와 마동석이 분한 ‘상화’, 최우식이 분한 ‘영국’이 기차 안의 좀비들을 피해 화장실에 숨는 장면에서 영국이 상화를 비웃자 ‘웃어? 웃어? 이 쥐방울만한 놈이…’라는 대사와 함께 ‘너 키 몇이야?’라는 애드리브를 날렸습니다. 그러자 최우식은 당황하지 않고 등을 똑바로 펴며 ‘181이요’라고 맞받아쳐 관객들에게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마동석이 만든 애드리브는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딸과의 갈등 때문에 힘들어하는 석우를 상화는 ‘아빠들은 원래 맨날 욕먹고 인정 못 받고 그래도, 뭐, 희생하고 사는 거지, 안 그래?’라며 위로합니다. 석우가 상화를 지긋이 쳐다보자 ‘뭐야, 그 눈빛은. 말이 좀 멋있냐?’라는 ‘자뻑’스러운 애드리브를 쳤는데요. 자칫 너무 진지한 대사로 분위기가 오글거릴 것을 우려한 마동석이 구상한 애드리브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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