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요? 목숨도 아깝지 않은 사랑이라고 하지만 한쪽만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사랑은 오래갈 수 없는 법. 행복하기 위해 시작한 사랑이 서로의 삶을 힘들게 만들었다면 이미 그 사랑은 유효기간이 다한 것 아닐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부모와 연락까지 끊었다는 여고생이 있습니다. 이름도 바꾸고 아는 사람 하나 없이 7년간 숨어지냈다는 무모한 사랑의 주인공은 배우 이지아입니다.
2007년 드라마 '태왕사신기'에 등장한 이지아는 그야말로 혜성같이 나타난 신인이었습니다. 모델이나 단역 활동 경험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번에 공중파 드라마의 주조연급으로 캐스팅된데다 무려 한류스타 배용준의 상대역이었기에 대중들의 궁금증이 컸지요.
하지만 FBI보다 유능하다는 네티즌 수사대들은 이지아의 과거 행적을 전혀 찾지 못했고 흔한 졸업사진 한 장 없는 이지아를 두고 외계인설이 돌 정도였습니다. 워낙 자료가 없다 보니 막연히 해외에서 오래 생활한 것 아니냐는 추측만 제기되었는데, 2011년 데뷔 5년 차에 이지아의 미국 생활에 대한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1978년생 이지아는 본명이 김상은으로 한국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중, 16살이던 1993년 미국에 있는 친언니에게 가서 유학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LA한인위문 공연장에서 친언니 소개를 통해 서태지를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요.
당시 서태지는 22살, 이지아는 16살에 불과한 어린 나이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면서 연인으로 발전했고, 1996년 서태지가 한국 가요계를 은퇴하고 미국에 자리를 잡으면서 보다 진지한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한 네티즌은 자신의 딸이 이지아와 함께 학교를 다녔다면서 영어이름 '리아'로 불리던 이지아의 어린 시절을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네티즌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95년쯤 딸이 LA 동쪽에 있는 다이아몬드 바 하이스쿨에 함께 다니던 '리아'라는 이름의 매우 예쁜 친구를 집에 데리고 왔는데 그 아이는 사생활을 꽤 조심하는 듯 말수가 많지 않은 신중한 아이였다"라고 18살 이지아를 기억했습니다.
또 "미국에서 큰 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던 리아는 둘째 언니가 연예계 쪽 일을 한다고 들었다"면서 "그런데 12학년의 어느 날, 리아가 갑자기 학교에서 누구에게 어떤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거다. 서태지가 은퇴 후 미국 어느 주로 거처를 정했다 할 무렵이었는데 소문 단속하느라 아이를 그런 식으로 단절시켜 데려간 게 아닌지..."라고 회상했습니다.
실제로 12학년 이지아가 종적을 감췄다는 1996년이 서태지의 은퇴시기와 맞물리는 데다 이후 알려진 대로 이지아의 둘째 언니를 통해서 서태지와 처음 만났다는 등의 이야기가 맞아떨어져 해당 네티즌의 증언은 꽤 신빙성을 얻었는데요.
이후 두 사람은 이지아가 성인이 된 직후인 1997년 10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까지 마치며 정식 부부가 되었습니다. 결혼 직전인 1997년 1월 이지아는 '김상은'이라는 자신의 본명을 버리고 '시아 리'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개명까지 했는데요. 당시에 대해 이지아는 "온 국민이 다 아는 연예인과 살기 때문에 숨겨진다는 건 바위 디에 몸을 숨기는 것과 다르더라. 힘겨웠고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내가 선택한 사랑은 산에서 내려오는 다람쥐에게도 들켜서는 안 되는 거였다. 더 이상 혼자일 수없이 혼자였다. 혼자인 게 너무 익숙해질 정도가 되니까 이게 독이라 생각했다. 그건 너무 멀리 갔을 때였다"라며 힘겨웠던 심경을 덧붙였지요.
또 "내가 정말 큰 불효를 저질렀다. 가족들과도 연락하지 않았다"면서 "약 7년 정도 후 부모님께 연락을 했다. 7년 만에 찾아뵀다"라고 비밀스러운 결혼생활을 위해 가족과 인연까지 끊었던 사실을 전했는데, 이어 "정상적이지 않은 삶을 살기로 선택한 건 그분이 그렇게 해주길 원했기 때문이다. 난 그게 내 사랑을 지키는 거라 생각했다"라고 전 남편인 서태지가 결혼생활을 숨기고자 제안했음을 주장했습니다.
이름을 바꾸고 부모와 연락까지 끊으면서 철저하게 숨겨온 결혼생활의 끝은 당연히 해피엔딩이 아니었습니다. 애틀랜타와 애리조나 등 지역을 옮겨가며 비밀결혼 생활을 유지하던 두 사람은 2000년 6월 별거를 시작했고 그 즈음 서태지는 귀국해서 '울트라맨이야'가 포함된 새로운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반면 16살 나이에 만난 첫사랑을 지키기 위해 가족도 친구도 포기한 이지아는 23살 나이에 남편마저 멀어져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3년 우연히 국내의 한 중견배우와 인연이 된 것을 계기로 한국의 연예 관계자와 만나게 되었고 덕분에 2004년 LG텔레콤의 영상광고에 출연하면서 연예계에 입문했습니다. 서태지와의 이별이 오히려 이지아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셈.
한국 연예계에 진출하면서 자신만의 인생을 설계해보기로 결정한 이지아는 이듬해인 2005년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고 이름 역시 김지아로 다시 개명하면서 새 출발을 준비했습니다. 2006년 1월에는 미국 법원에 이혼 신청서를 제출했고 같은 해 6월 이혼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공식적으로 부부 사이를 종료했지요.
그리고 2007년 국내 소속사 '키이스트'와 전속계약을 맺으면서 본격 활동을 시작한 이지아는 사극 '태왕사신기'를 통해 성공적으로 데뷔했는데요. 이때까지도 예명인 '이지아'와 과거 서태지와 결혼한 이력이 있는 본명 '김상은' 사이의 접점은 누구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전 남편 서태지와 같이 신비주의 연예인의 길을 걷게 된 이지아는 각종 억측과 루머에 휘말리면서도 여전히 전 남편과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함구했고, 그와는 별개로 연기자로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데뷔작을 통해 무려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했고 두 번째 작품부터는 주연급 연기자로 자리 잡았지요.
특히 김명민, 김혜수, 차승원 등 대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일이 많았는데,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매력을 뿜어낸 덕분에 확실한 존재감을 알렸습니다.
무엇보다 2010년 출연한 드라마 '아테나:전쟁의여신'에서는 함께 연기한 배우 정우성과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안타깝게도 정우성과의 열애를 인정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서태지와의 이혼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연애는 험난했습니다.
2011년 3월 이지아는 정우성과 파리에서의 데이트 장면이 포착되면서 열애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연애를 막 시작한 시기인데, 당시 이지아는 더 깊은 사이로 발전하기 전에 정우성에게 서태지와의 이혼사실을 전했고 이에 정우성은 "나도 10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서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지요.
하지만 이지아의 과거에 대해 편안하게 인정해 준 정우성과 달리 대중들은 열애설에 이어 이혼 사실까지 전해지자 충격에 빠졌습니다. 때문에 매일같이 쏟아지는 기사와 루머들 사이에서 상처를 받은 두 사람은 결국 결별했습니다.
그리고 이혼사실과 관련한 기사가 나온 날 '이렇게 죽는구나'싶은 생각까지 들었다는 이지아는 기사가 나온 후 열흘간 벽만 보고 있었는데 그렇게 아무도 만나지 않는 상황이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슬펐다고 전했습니다. 다행히 연이어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복귀했고 더 이상 숨길 것이 없는 상황이라 활동도 더욱 자유로워졌지요.
2013년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통해 첫 타이틀롤을 맡아 열연하면서 그동안의 연기력 논란까지 불식시킨 이지아는 2014년 출연한 예능 토크쇼에서 자신과 관련된 지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과 이렇게 지내는 게 너무 좋다. 이 좋은 걸 그동안 못하고 사다니 억울하다"라며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한편 누군가의 여자가 아닌 배우 이지아로 우뚝 선 지금 그의 가장 큰 바람은 '다작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새로운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촬영이 한창인 요즘 그의 근황은 어느 때보다도 활기차고 밝아 보입니다.
게다가 다 함께 모여 첫방을 본방사수해 주는 여배우 친구들까지 있으니 더욱 든든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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