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나 물어볼게.
달에서 온 남자에 대해 들어본적이 있어? 우주인을 말하는 건 아니야.
모두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은 알고 있을 거야. 여러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물어보고 싶어.
어떤 기억이 떠올라?
어쩌면 당신은 어렸을 때 달표면을 올려다 보면서 사람얼굴이 있나 찾으려 오랫동안 애쓴 기억을 떠올렸을지도 몰라. 어린아이가 으레 그러듯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놀라워했을 거야. 어떻게 저 얼굴이 저기까지 올라갔을까? 저런 얼굴이 더 있을까? 저기에 정말로 사람이 살까?
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면 축하해.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낸거야. 하지만 반대로, 그것보다 덜 평온하고 더 무서운 것이 떠오른다면…당신은 내가 지금 하려는 얘기를 이해하겠지.
아 참, 지금 살아있는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내가 달에서 온 남자를 만났을때를 기억해. 완전히 기억하지는 못해, 그 사실이 기쁠 따름이지만. 아주 최근까지도 그 남자에 대해 완전히 잊고 있었어. 우리 부모님이 그 남자가 허상이라는 걸 주입하려고 수년간 노력하셨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그는 어느날 밤 갑자기 나타났어. 나는 레이싱카 모양 침대에서 곤히 자고있는 다섯살 소년이었고, 갑자기 들려오는 어떤 소리에 잠에서 깨났지. 오밤중에 깬 탓에 비몽사몽 했지만 나는 어디서 들려오는 소린지 알아내려고 주위를 둘러봤어.
내 방은 작았어.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이었는데 문이 들어설 자리를 만드느라 그것보다 약간 길었지. 방이 이렇게 작았기 때문에 내가 있는 작은 구석에서도 방 곳곳을 볼 수 있었어.
한밤에 방에서 홀로 누워서 이상한 소리를 듣는건 지금도 무서운데, 어린 나한텐 그야말로 공포였지.
톡톡 두드리는 소리.
누군가 내 방 창문을 톡톡 치고 있었어. 세게 치는건 아니었어. 아주 살짝씩만, 마치 나 말곤 아무도 깨우고 싶지 않다는 듯이 약하게 두들겨왔어. 게다가 끈질겼지. 세번 빠르게 두들기고 잠깐 멈추기를 반복했어.
톡톡톡!
톡톡톡!
블라인드가 1센치 올라가 있었지만, 다행히 그 각도에서는 내 침대가 안보였어.
톡톡톡!
어떡하지? 저 사람이 도망가길 빌면서 부모님을 크게 불러야할까?
톡톡톡!
나는 안정을 되찾으려고 내 곰인형 곰곰 보안관을 꼭 끌어안았어. 곰곰 보안관은 언제나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할지 알고 있었거든.
드디어 결정을 내렸어. 곰곰 보안관을 내 옆에 끼고 살금살금 방을 빠져나가서 부모님한테 가는거야. 썩 훌륭한 계획은 아니었지만 난 고작 다섯살 꼬맹이었잖아. 난 곰인형을 꼭 안고 천천히 다리를 침대에서 내렸어. 그 남자가 커다란 눈을 도마뱀처럼 이리저리 굴리는 걸 볼 수 있었어. 탁한 공기속에서도 그 남자의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크고 색도 정상이 아니라는게 보였어. 침대에서 내려와서 나는 낮게 웅크리고 문을 향해 천천히 기어갔어.
톡톡톡!
이쯤 되니 내 눈이 어둠에 적응을 했고, 그 남자가 지네처럼 빠르게 손가락을 두드리는걸 바닥에서 분명히 볼 수 있었지.
톡톡톡!
조금씩 문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그 남자의 손가락이 만드는 그림자가 카페트에 드리우는 게 보였어. 그는 아주 이상한 방식으로 창문을 두드렸어. 검지손가락만 쓰는게 아니라 세 손가락을 차례대로 두들겼어. 시간이 꽤 흐르면서 그가 포기하고 떠나기를 빌었지만, 그는 속도를 늦추치조차 않았어.
나는 기다못해 바닥에서 몸을 질질 끌어서 문을 향해 갔어. 난 이제 창문을 등지고 있었고 그의 그림자가 내 몸 위로 드리우는걸 견뎌야했어. 이제 거의 다 왔어. 문에 닿자 마자 벌컥 열어재끼고 안전한 부모님의 방으로 냅다 뛰어드는 거야.
톡톡.
곰곰 보안관한테 침대 앞을 지키게 시키고 엄마아빠 사이에 끼면 아무도 날 건들지 못하겠…잠깐만, 방금 두번만 두드렸나?
내가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자 순간 모든것이 고요해졌어. 그림자 조차도 움직임을 멈췄지.
바로 그때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안녕, 꼬마야.”
공포에 질리면 몸이 싸늘해진다고들 하지. 맞는 말이야. 나는 그 까만 입술에서 만화같은 목소리가 나오는걸 들으면서 온 몸의 온기가 빠져나가는 걸 느꼈어. 목 근육이 삐걱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천천히 고개를 돌리면서 난 그 그림자가 꿈틀거리는걸 봤어. 그가 머리를 들어올렸고 그의 입술이 보였지. “나 들여보내 줄래?” 그가 이가 전부 드러나도록 활짝 웃으며 물었어.
그 미소는 없어질 생각을 안했어. 그가 과장되게 한숨을 쉬며 말했어. “아무래도 내가 직접 들어가야 될 것 같네.” 내 눈이 커질대로 커지는게 느껴졌어. 난 곰곰 보안관을 될수 있는대로 꽉 끌어안았어.
그가 잠깐동안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무언가 반짝이는걸 들고 다시 나타났어. 창문틀에 대고 도구를 몇번 움직이더니 순식간에 그가 내방 창문을 넘어 들어오고 있었어. 그는 마치 유령같은 모습으로 방 바닥에 착지했어. 그의 웅크린 모습이 바깥세상의 가로등에 비춰 긴 그림자를 드리웠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어. 마치 그의 몸이 고요를 뿜어내는 것 같았어. 정상적인 인간이 그렇게 조용할 수는 없었어.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그의 뒤에서 나부끼는 커텐과 그의 큰 키가 눈에 들어왔지. 왜 그의 머리가 그렇게 이상해 보였는지 비로소 알게 됐어. 그 머리는 거대했고 완벽에 가까운 동그란 공 모양이었어. 그의 얼굴 표면에는 징그러운 구멍이 송송 나 있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난 그게 괴상한 가면이라는 걸 깨달았어. 그의 얼굴은 그 이상한 “달 가면” 중앙에 있었고 그의 피부는 가면과 똑같은 회색으로 정교하게 칠해져 있었지. 이상한건 그의 얼굴 뿐만이 아니었어. 그는 작고 노란 별들이 달린 너덜너덜한 연미복을 입고 있었어. 그의 발치에는 가죽벨트로 묶인 검은색의 모직 가방이 놓여 있었어.
그의 눈은 야광별마냥 어둠속에서 빛났고 그는 이가 다보이도록 크게 미소를 지으며 나를 관찰했어. “안녕 친구야, 나는 달에서 온 남자란다! 날 미스터 문 이라고 불러주렴.” 그가 나비넥타이를 고쳐 매며 우스꽝스런 동작으로 내게 성큼 다가왔어. “너 마술 좋아하니?” 그가 윙크했어.
입이 말라갔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어. 분명히 뭔가가 이상했어. 미스터 문은 친근한 척 하고있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어. 그는 어딘가 아주 잘못되었어.
나는 뒷걸음질 치며 문을 열려고 했어. 어떻게 해서든 이것한테서 벗어나야 했어. 문이 1센치도 열리기도 전에 미스터 문이 반발자국을 내딛으며 그 긴 팔을 뻗어 손바닥으로 문을 닫아버리고 말았어. 그는 내 앞에다 대고 손가락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어. “쯧쯧, 가족들이 깨나면 어쩌려고 그러니? 그건 못된짓이야. 못된 아이들은 검은 동굴에 가야한단다.” 그가 나를 침대로 돌려보냈고 그의 더러운 손가락이 구멍뚫린 장갑 사이로 삐져나온게 보였어. 나는 아무생각도 할수 없었지. “엄마아빠를 다시는 못 볼거야”라는 생각밖에는. 나는 죽게 될것이 분명했어.
그가 내게 가만히 앉으라 시키고는 그의 가방을 집어들었어. 그는 창백한 고리들을 꺼내서 그걸 내 앞에서 휘저어댔어. 그는 그 고리를 던져대고 한 손으로 고리를 통과해서 그게 보통 고리라는걸 보여주려 했지. 그런다음 고리들을 서로 부딪혀서 연결시켰어. 이상하게도 고리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어. 금속은 아닌것 같았어.
그는 날 강제로 앉혀놓고 싸구려 속임수 마술쇼를 펼쳐보였어. 색색의 공을 나타나게 했다가 또 없앴고 더러운 휴지조각을 공중부양 시켰고 심지어 바늘을 삼키기까지 했어. 바늘 삼킨거는 속임수가 아니었을지도 몰라. 그 미친놈이 쇼를 진행하는 동안 난 숨죽여서 울 수밖에 없었지. 속임수 하나가 끝날때마다 그는 하얗고 딱딱한 알갱이들을 폭죽속의 색종이인양 공중에 뿌려댔어. 나는 가만히 앉아서 그 알갱이들을 맞아야 했고. 알갱이들은 바닥에 굴러떨어져서 가로등의 주황색 불빛을 받았어. 으시시한 광경이었지.
“짜잔!” 그가 과장되게 몸을 숙여 절하며 말하곤 했어. 박수는 못 치게 했지만 대신 조용히 환호성을 치게 했어. 내 목소리는 울음소리 때문에 갈라졌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았어. 내가 너무 큰 소리를 내진 않는 이상.
“조용하렴 얘야.” 그가 말했어. “조용하지 않으면 널 날카로운 것들이 사는 검은 동굴로 데려갈거다.”
나는 앉아서 아무 말 없이 그가 시키는대로 했어. 그는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지 않았고 웃음이 걷히는 순간 무슨일이 벌어질지 너무 두려웠거든.
드디어 쇼의 끝이 다가왔어. “자, 신사숙녀 여러분! 이 마지막 마술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마술입니다. 월식이라고 이름 붙였죠, 여러분이 아주 좋아할거에요. 좋아요, 혹시 제 조수가 되어주실 분 없나요?” 그가 놀라는 시늉을 하며 입을 딱 벌렸고 한 손을 눈 위로 들어 관중석을 훑는 척 했어.
내가 자원하게끔 만들려는 속셈을 알아챘지만 난 너무 무서워서 그대로 얼어있었어. 결국 그가 한참있다가 날 가리키며 말했어. “네가 좋겠다 꼬마야!” 난 놀라서 펄쩍 뛰었어.
그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징그럽게 긴 손톱을 내 살에 박아넣었어. 그가 날 무대위에 세웠어.
“어서 절하렴, 꼬마야, 절해!” 그가 내 빈 침대를 향해 절하며 말했어. 그가 거칠게 내 머리를 잡아 끌었고 침대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지. “자, 이 마지막 마술은 제 가방에 있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조수, 자네가 꺼내주겠나?”
나는 가방쪽으로 몸을 돌리고는 그대로 굳어버렸어. 뭘 꺼내라고 알려주지도 않았잖아. 그 가방속 어두운 공간에 뭐가 있는지 전혀 볼 수 없었어. 저 가방속에 손을 넣고싶지 않아. 하나님 제발 저기 손을 넣게 하지 마세요.
바로 그 순간에 난 미스터 문이 조용해진 것을 알아챘어. 그가 나를 노려보는것이 느껴졌어. 그가 다시 입을 열고 내뱉은 말에 내 피는 차갑게 얼어버렸어.
“가방에 들어가.”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어. 그의 목소리는 더이상 만화 주인공처럼 우스꽝스럽지 않았어. 그는 더이상 연기 하고있지 않았지. 그가 내 어깨를 단단히 잡았어.
난 더이상 참지 못하고 와앙 울어버리고 말았어. 거기 들어가기 싫어. 미스터 문한테 끌려가기 싫어. 부모님이 있는 따듯한 집에 남고싶어. 난 죽기 싫어.
미스터 문은 이런 나를 무시하고 곰곰 보안관을 내 품에서 뜯어내 가방속 깊이 우겨넣었어.
그가 등을 돌린 틈을 타 나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어. 그의 거대한 머리가 돌아봤고 나를 무섭게 노려봤지. “못된 아이구나!” 그가 소리쳤어. “넌 못된 아이니까 이제 검은 동굴로 잡혀가야돼!”
그가 나를 향해 손을 뻗쳤지만 난 죽을힘을 다해 달렸어.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돌려 간신히 문을 열었어. 문 밖으로 한 발작 내딛는 순간 또 다시 어떤 손에 팔을 잡혔어. 그가 내 팔을 잡아당겼고 나는 팔이 빠지는 줄만 알았지. 난 소리소리 지르며 팔을 빼내려 몸부림 쳤고 다행히도 팔을 뺄 수 있었어. 내 팔에는 그의 손톱이 뜯어낸 상처가 남았지.
내가 거실로 달려갔고 거기서부턴 부모님 방에 내 소리가 닿을 수 있었어. 난 다시 한번 뒤돌았고 미스터 문이 내 방 문 앞에 서있는걸 봤어. 그의 얼굴은 분노에 가득 차 상상 가능한 가장 끔찍한 모양으로 일그러져 있었어.
그가 “애새X야 죽여버린다!” 며 소리질렀어. 그리고는 아빠가 달려오셨고 난 엄마 품에 안겨서 부모님 방에 안전하게 숨겨졌어.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확실치 않아. 내내 운거 빼고는 달리 기억나는게 없거든. 경찰이 도착했을때는 미스터 문이 이미 달아난 뒤였어. 그는 우리 아빠를 보자 마자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어. 경찰관이 이것 저것 물어봤지만 난 너무 충격받아서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었어. 내 곰곰 보안관이 어디 있냐고 계속해서 물었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어. 곰곰 보안관이 어디 있을지에 생각이 닿자 난 또 엉엉 울기 시작했어.
그날 밤 나는 부모님과 함께 잤고 그 다음주에 우린 이사갔어. 아빠는 철저히 하고 싶어 하셨지. 우린 개 한마리도 샀어. 덩치 큰 로트와일런데 지금도 나랑 어디든지 함께 가.
아 증거는 있었냐고? 경찰이 내 방 전체에 뿌려져있는 증거를 발견했지. 미스터 문이 마술 하나가 끝나고 아낌없이 던져댄 그 색종이 대용 알갱이 말이야. 근데 그건 그저 평범한 플라스틱 쪼가리가 아니었어. 난 이미 대충 눈치를 챘었지만. 경찰이 알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 경찰이 알갱이들에 남은 끌 자국을 발견하기 전부터 난 알고 있었어.
그건 뼛조각이었어.
'데일리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인 카톡 몰래 보면 최대 벌금 ‘오천만 원’ 내야 한다” (0) | 2019.09.10 |
---|---|
“무려 3,700명” … 카톡으로 남성들 유혹해 55억 뜯어간 여성의 정체 (0) | 2019.09.10 |
무서운 바닷속 미역 (0) | 2019.09.10 |
거짓말을 하면 흉터가 생기는 세계 (0) | 2019.09.10 |
[레딧괴담] 지금 30분 째 화장실에서 나가려고 하는 중인데요 (0) | 2019.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