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일자리 구하기 어려운 시대를 타고나다 보니 요즘 20대에게 '청춘의 낭만'은 사치스러운 말이 되었습니다.
이 시대 청춘들에게 20대란 이력서에 한 자라도 더 적기 위해 스펙을 쌓아야 할 시기일 뿐이지요.
20살에 일을 시작한 이 청년 역시 5년 동안 생일, 명절, 크리스마스, 연말을 모두 일터에서 보냈습니다.
일거리가 없을까 봐 늘 불안하다는 주인공은 바로 배우 조병규입니다.
어린 시절 축구선수를 꿈꿨던 조병규는 중학교 시절 유학을 떠났습니다.
한국에서 중학교에 입학한 후 약 9개월 만에 뉴질랜드로 간 것.
다만 축구를 열심히 할수록 선수로서 피지컬이 약하고 자신의 성향과도 맞지 않는 운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요.
당시에 대해 조병규는 "경기 중에 몸싸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부딪히고 밀리는 상황이 되게 싫더라.
몸싸움이 싫어서 주력을 키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몸 싸움을 하려고 하면 그냥 공을 줬다"면서 "결국 감독님이 '축구는 네 길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렇듯 축구에 회의감을 느낄 무렵 조병규는 현지 교과과정 중 연기 수업에 흥미를 느꼈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학교 2학년 말에 귀국했습니다.
그리고 부천의 본가에서 강남까지 통학하며 연기학원에 다니는 열정을 쏟은 덕분에 입시 준비 단 1년 만에 안양예고 진학에 성공했습니다.
선수 출신 특유의 승부욕이 발휘된 것일까요?
조병규는 안양예고 진학 후 연극 '올모스트메인', '햄릿햄릿', '오셀로' 등 다양한 무대연기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는데 주력했습니다.
이후 서울예대 공연학부 15학번으로 입학한 후에는 본격 매체 연기에 도전하기 위해 수많은 오디션을 보러 다녔지요.
갓 스무 살을 넘긴 조병규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 서울에서 자취하며 배우의 꿈을 키웠습니다.
옥탑방과 반지하를 옮겨 다녔고 연기학원 강사 등을 하면서 번 돈으로 작은 중고차를 마련해서 닥치는 대로 오디션을 보러 다녔습니다.
총 400회 이상 오디션에 참가했다는 조병규는 이름 없는 학생으로 시작해서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단역 및 조연으로 오랜 시간 활동했습니다.
스스로 "일한 날과 쉰 날을 세어보니 사적인 삶은 포기했던 시간들이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더라"는 조병규는 '행여 일이 끊겨 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으로 물 불 가리지 않고 다작을 이어왔다고 말합니다.
그야말로 소처럼 일하며 연기경험을 쌓아온 조병규는 2017년 드라마 '란제리소녀시대'에 출연할 때까지도 무명배우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살 집을 구하지 못해 200만 원짜리 중고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던 때였는데, 당시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씨엔블루 출신 종현이 그 사실을 알고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자고 제안해서 종현과 두 달 넘게 동거를 하기도 했지요.
같은 해 드라마 '돈꽃'에서 장혁의 아역을 맡으면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조병규는 이듬해 드라마 '라디오로맨스'와 영화 '소녀의 세계'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열일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해 겨울, 드디어 첫 번째 인생작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 'SKY캐슬'에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인지도를 얻었습니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동료 배우와의 스캔들과 공개 연애로 수개월 동안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스타가 되었지요.
이후 조병규는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에서 급작스럽게 하차한 배우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대타로 출연했고, SKY캐슬 방영 전 이미 촬영을 마친 작품들이 연이어 개봉하면서 다작 배우로서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데뷔 5년 만에 주목받는 신인배우의 대열에 오른 조병규는 2019년 5월 예능프로를 통해 여전히 반지하에 살면서 통장 잔액이 6447원인 일상을 공개했습니다.
돈 관리는 부모님께 맡기고 매주 화요일마다 15만 원의 용돈을 받는다는 조병규는 개인적인 취미나 여가활동 없이 그저 연기에만 빠져있는 신인배우의 모습이었습니다.
짠내나는 일상으로 화제가 된 조병규는 해당 예능프로가 방영된 직후 연기 인생에서 최초로 오디션 없이 배역에 캐스팅되었습니다.
무려 지상파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주연이었지요.
첫 지상파 주연작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해낸 덕분에 조병규는 지난해 연말 생애 첫 신인상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 조병규는 진정성 있는 표현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을 위해 체중을 10kg이나 감량했다는 주연배우 조병규의 안정적인 연기력과 함께 해당 드라마는 OCN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지요.
한편 앞서 스토브리그 출연 직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조병규는 연기 경력 5년 만에 70개 작품에 출연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70개의 배역을 맡으면서 쌓은 내공이 지금의 실력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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