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작가의 책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은 부모가 자녀를 응원하는 가장 좋은 말이면서도 가장 하기 힘든 말입니다. 자식의 행복을 바라는 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선택하는 길에 대해 관여하지 않고 지켜만 보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지요.
특히 부모의 학벌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다면 자연스럽게 자녀에게도 비슷한 수준을 기대하게 될 텐데요. 국내 법조인들의 스승으로 꼽히는 아버지는 참스승답게 막내딸에게 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습니다. "네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다고 약속해 준다면 너를 응원하겠다"라며 딸의 판단을 믿어준 아버지는 저명한 법조인이자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 최영홍 전 교수입니다.
근정훈장 받은 법조인의 스승
최영홍 전 교수
서울대 법대 졸업 후 육군, 공군본부 검찰부장 및 검사를 거쳐 고려대 법대 교수가 된 최영홍 교수는 법조인으로서는 물론 교육자로서도 대단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입니다. 14년간 군 법무관 일을 한 최 교수는 이후 변호사 개업을 했는데요. 국내에서 프랜차이즈라는 용어도 익숙지 않던 시절, 관련 용어를 정립하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토대를 세웠습니다. 최 교수가 쓴 '가맹계약론'이라는 책은 현재까지도 가맹거래사 자격증 취득에 필수 서적으로 꼽힙니다.
군 법무관 시절에도 변호사 개업 후에도 교육자의 길을 걷겠다는 목표는 없었다는 최 교수는 법조인으로서 공부를 이어가던 중 '체계만 잡으면 법은 쉬운데 왜 교수들은 이런 걸 설명 안 해줬을까'하는 아쉬움으로부터 교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강단에 섰던 서강대 교수 시절에는 제일 성적이 뛰어나고 성적이 많이 오른 두 명의 학생에게 상금을 주겠다는 공약까지 내세우면서 학생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는데요. 고려대로 옮긴 후에도 지도 학생들과 밥도 먹고 술도 마실 정도로 친하게 지냈고, 지식 전달뿐만 아니라 법학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인격까지 지도하고자 애썼습니다.
다만 법조인으로 일하면서 정치적 목적으로 인해 힘들었던 적도 있는데요. 최 교수는 교수직을 퇴임한 후 지난해 5월 고대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프랜차이즈 관련 법의 제정 과정에서 내 의도와 다른 불순물이 섞일 때가 많아 힘들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고 하면서 마찬가지로 영세상인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게 24시간 영업을 금지하면 결국 불리한 건 소비자"라면서 "대기업 규제하면서 결국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가는 정책을 쓰는 거다.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정책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의 활력이 많이 떨어졌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지요.
윤석열 캠프 부대변인 낙점된
최지현 변호사
정치권의 개입으로 인해 법조인으로서 고충이 많았다는 아버지의 한탄을 해소해 줄 주인공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최영홍 전 교수의 첫째 딸 최지현 변호사인데요. 근정훈장을 받고 한국유통법학회 회장까지 역임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최지현 변호사는 23살 나이에 사법고시를 패스한 수재입니다.
사법연수원 32기 출신인 최지현 변호사는 연수원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둔 덕분에 국내 최고 로펌인 '김앤장'에 스카우트되었는데요. 이후 2003년부터 2011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한 최지현 변호사는 이후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는 듯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일하면서 교육자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환경, 노동법 전문가로 알려진 최지현 변호사는 최근 새로운 길에 들어섰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대변인으로 나서게 된 것. 지난 22일 윤석열 캠프 이상록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오늘부터 최지현 변호사가 임시 부대변인을 맡아 저와 함께 활동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최지현 변호사는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캠프에 들어가 취재 대응 업무 등을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스유니버스 웨더자키 아나운서 배우 스킨스쿠버강사
하고 싶은 거 다하는 막내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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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영홍 전 교수에게는 최지현 변호사 외에도 두 딸이 더 있습니다. 둘째 딸은 아버지, 언니와 마찬가지로 법대를 졸업하고 법조계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막내딸은 유일하게 법학과를 나오지 않은 자녀인데요. 두꺼운 법전을 들고 다니는 두 언니들에게 "우리 둘이 못 해본 것 네가 다 하면서 살아"라는 특별한 응원을 받았다는 주인공은 KBS 전 아나운서 최송현입니다.
77년생인 큰언니 최지현과 5살 차이 나는 막내 최송현은 어린 시절 두 언니들에게 남다른 사랑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최송현은 언니들에 대해 "가장 친한 친구이자 엄마보다 무서운 존재였다"면서 늘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으며 커왔다고 고마움을 드러냈습니다.
부모님께 직접 하기 힘든 말을 언니들을 통해 전할 정도로 애정을 독차지하던 최송현은 "하고 싶은 것 하며 살라"라는 언니들의 응원에 힘입어 어린 시절부터 배우의 꿈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잡지 모델로 합격한 사실을 전하자 부모님이 "대학교를 진학한 후에 생각해 보자"라고 만류하는 바람에 현실적인 꿈을 찾아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 입학했는데요.
KBS 32기 아나운서
이에 대해 최송현은 "배우가 내 꿈이었다면 아나운서는 여대생이 가진 취업목표였다. 집에서 시키는 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던 학생이 할 수 있는 방송 진출 진로는 시험 봐서 아나운서가 되는 것뿐"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도전한 아나운서 시험에 합격하면서 KBS 32기 아나운서가 된 최송현은 데뷔 1년 만에 '아나테이너'로 주목받았는데, 당시 신드롬급 인기를 끌던 노현정 전 아나운서가 결혼과 동시에 갑작스럽게 프로그램을 하차하면서 부담이 큰 자리에 들어가게 된 최송현은 전임자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상상플러스'의 MC를 맡는 동안 최송현은 매주 게스트로 출연한 많은 배우들을 만나며 마음 한편에 미뤄두었던 배우의 꿈을 다시 꺼내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할 정도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덕분에 배우로 전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요. 많은 배우 전문 기획사의 러브콜을 받은 끝에 2008년 퇴사를 결정했고, 이때 최송현의 부모님은 성인이 된 막내딸의 의사를 존중하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영화 인사동스캔들
배우로 변신한 최송현은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에서의 호연 덕분에 '아나운서 출신'의 꼬리표를 떼고 연기자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드라마 '감자별2013QR3', '뱀파이어탐정', '공항가는길'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를 쌓아갔지요.
그리고 한동안 연기 활동의 공백을 가진 최송현은 지난해 결혼 소식과 함께 스쿠버다이빙 강사로서의 새로운 일상을 공개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살라는 언니들의 말을 꼭 지키겠다는 듯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최송현은 다이빙 관련 자격증만 25개 보유 중인 열혈 다이버인데요. 세부에서 열린 다이빙 대회에 출전했다가 만난 프로 다이버 강사 이재한과 연인으로 발전한 끝에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instagram@songhyunc
현재 최송현은 유튜브 채널 '송현씨필름'을 통해 다이빙투어, 다이빙 관련 장비 리뷰, 해양 생물 스케치 등 수중세계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제작, 공개하고 있는데요. 강력한 대선주자 캠프의 부대변인이 된 언니와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변신한 동생의 모습은 정반대의 삶으로 보이면서도 어쩐지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로펌에서 강단으로 또 정치계로 자리를 옮겨가며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열정을 쏟는 언니 못지않게 최송현 역시 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공부하는 태도가 꼭 닮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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