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하게 비위 맞추듯 일하고, 주말로 유예했던 모든 만남과 피곤을 해결하고, 늘 바동거리며 살다가도 손꼽던 25일마다 월급 들어오면 카드값 갚기 바쁜 그런 궤도' 직장인들의 이런 일상은 취준생에게는 참으로 부러울만한 안정적인 삶이면서도 또 누군가에게는 벗어나고 싶지만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굴레이기도 합니다.
안정적이면서도 벗어나기 힘든 이 궤도에 정착하기 직전, '이 궤도에 올라갔다가는 다시는 못 내려올 것 같다'라는 두려움으로 마지막 도전에 나선 직장인이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 곧장 대기업 인턴으로 취업한 주인공은 정직원으로 계약하자마자 일주일 만에 퇴사를 결정했는데요.
대학편입→대기업→의대생
대기업에 들어가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은 혜택은 마이너스통장 개설. 그 마이너스 통장으로 의대를 가겠다며 퇴사한 용감한 주인공은 의대생 엄마 이도원 씨입니다. 자신의 10대 시절에 대해 '엄마가 쳐내면 꼬리를 내려야 되는 줄 알았다'라고 회상한 도원 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의대에 가고 싶었지만 점수 때문에 가지 못했고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동국대 생물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연세대 편입
이후 연세대에 편입했고 졸업하자마자 대기업에 입사하면서 부모나 지인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꾸려가고 있었지요. 다만 도원 씨의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의사가 되고 싶다'라는 꿈이 남아있었고, 직장인의 안정적인 삶에 정착해버리는 순간 자신의 오랜 꿈을 포기하게 될까 봐 두려웠습니다.
대기업 입사 및 퇴사
결국 도원 씨는 쉽지 않았던 편입과 취업 준비를 거쳐 대기업 정직원이라는 골인 지점에 다다른 그 순간, 일주일 만에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무모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도전에 나서면서 도원 씨는 부모, 형제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자기 자신만을 믿었고 악착같이 열심히 했습니다. 그리고 4개월 후 그토록 원하던 의대에 합격했습니다.
인하대 의과대학 본과 1학년 1학기를 보내면서 도원 씨는 엄청난 학업량이 시달리며 '내 머리는 평범했구나'라고 절망 아닌 절망을 했습니다. 그 와중에 방학 때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낸 등록금을 갚기 위해 의대 편입을 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액과외를 하면서 천만 원을 벌어 갚았습니다.
육아와 의대공부 병행
고등학교 입시부터 대학편입과 대기업 입사 그리고 퇴사와 의대편입까지 거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혹사시킨 도원 씨는 뒤늦게 부서질 것 같은 자신의 몸을 돌아봤고 휴학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힘든 시기에 본인과 비슷한 처지로 대기업에 다니다 의대생이 된 현재의 남편을 만나 위로를 얻으며 결혼까지 골인했지요.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재밌다고 했던가요? 결혼하자마자 임신하게 된 도원 씨는 출산과 동시에 복학을 해야 하는 걱정을 할 겨를도 없이 생활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부부가 모두 대학생이다 보니 세 식구가 먹고 살 걱정이 우선이었지요. 때문에 만삭의 몸으로 다시 과외를 했고 그러다 독감에 걸려 쓰러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출퇴근 전후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는 모습(MBC 아무튼출근)
우여곡절 끝에 출산을 하고 육아와 의대 공부를 병행하기 시작한 도원 씨는 여느 워킹맘들과 다름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자녀의 이유식을 미리 준비해놓고 실습을 위한 병원이나 학교에 가면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늘 자녀에게, 또 자녀를 돌봐주는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안고 일합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쉴 틈도 없이 아이를 돌보고 자녀가 잠들고 나서야 다시 책을 들여다보는데요.
부부 소득 0원
유튜브채널_한국장학재단
자녀를 키우면서 사회생활을 하거나 직장을 다니는 모든 엄마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겠지만 특히 도원 씨는 부부가 모두 학생 신분이다 보니 수입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더욱 부담입니다. 실제로 최근 한 예능 프로에 출연한 도원 씨는 학비를 묻는 질문에 "부부 소득이 0원이라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있다"라고 답했는데요. 한국장학재단에서 운영하는 국가장학금 가운데 소득수준에 연계한 장학금의 경우 소득에 따라 총 9개 구간으로 나누어 학자금을 지원합니다. 이중 도원 씨 부부는 소득이 0원이라서 1순위 지원 대상자가 된 것.
MBC 아무튼출근
그 외 자녀까지 포함해 도원 씨네 세 식구가 생활하는 데 드는 생활비까지 지원받는 것은 아니기에 양가 도움을 받으면서 늘 빚지는 마음으로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도원 씨의 일거리가 더 추가되면서 부부의 소득이 늘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하대 본과 실습 중
앞서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오면서도 늘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위로를 주고받으면서 힘을 얻던 도원 씨는 결혼 후 연고 없는 지역에 자리를 잡고 육아와 의대공부를 병행하면서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조차 부족해지면서 큰 우울감에 빠졌습니다. 2020년에는 '떨어져 죽겠다'라며 찢어버린 방충망이 2개나 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이었지요.
유튜브채널_클레어 Claire
소통할 시간과 기회가 없어서 힘들어하는 도원 씨에게 남편과 친언니는 유튜브 활동을 권했습니다. 공부도, 육아도 고독하고 외로운 싸움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공감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 때문에 도원 씨는 지금 육퇴 후 남는 시간에 한 시간 더 자는 대신 유튜브 활동과 책 집필을 하면서 힐링하는 시간을 얻고 있습니다. 엄마이자 의대생, 유튜버이면서 작가로도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고 하자 오히려 도원 씨는 "유튜브 활동과 집필 활동으로 숨통의 트인다"라고 답했습니다.
한편 이번 방송 출연에서 도원 씨는 "반쪽짜리 엄마, 반쪽짜리 의대생이다. 둘 다를 하려다 보니 절반의 몫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엄마들처럼 다 해주지 못하고 절반 정도만 해주고 있다. 다른 의대생만큼 시간을 100% 쓰면서 공부하지 못한다. 외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워킹맘들이 그러하듯 도원 씨 역시 두 명 몫을 해내면서도 늘 미안한 마음으로 가지고 지내는 것인데요.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엄마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교육적인 역할을 해주는 것 아닐까요? 도원 씨의 유튜브 영상 가운데 두 돌 된 자녀가 엄마를 따라 하겠다며 책상 앞에 앉아서 "아, 조금밖에 못 외웠어"라고 말하는 모습만 보아도 공부습관은 자연스럽게 길러질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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