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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연기에 더해 고시패스 없이 법률사무소 사무장이 된 '핲기'의 수입은?

뉴 선데이서울 2021. 4. 2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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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직업으로 삼아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계를 위한 직업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은 마음 한 켠의 꿈으로 간직하며 살아갑니다.

 

생계를 위해 시작한 투잡

최근 예능프로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한 '핲기' 역시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지만 원하는 래퍼로서의 삶에 집중하지는 못합니다. 한국의 투팍을 꿈꾸며 데모테이프를 돌렸다는 핲기는 인연이 닿은 기획사가 없었고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하다가 입대하면서 자연스럽게 꿈을 접어 두었습니다.

전역 후에는 헬스장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앨범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그러던 중 큰 교통사고를 당했고 생명이 위험했던 순간을 겪으면서 "한번 죽었다 다시 사는 것 하고 싶은 거 하자"라는 마음으로 첫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이후 우연한 기회에 영화 관계자의 눈에 띄어 연기활동을 시작한 핲기는 독립영화 등 20여 편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이기도 한데요. 다만 음악과 연기활동으로는 여전히 '먹고살기' 어려운 형편이었던 핲기는 음악을 사랑하는 변호사와의 특별한 인연을 바탕으로 새로운 직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앞서 첫 앨범 제작 당시 핲기는 트로트 앨범을 준비 중이라는 사법 연수원생 한승훈 씨와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요.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음악을 본업으로 삼기 어려운 각자의 사정에 공감하면서 친분을 쌓았습니다. 이후 한승훈 씨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면서 핲기에게 사무장직을 제안했고 덕분에 핲기는 현재 8년 차 법률사무소 사무장으로 근무 중입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배우와 래퍼로의 활동이 더욱 어려워지는 바람에 핲기는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장으로서 활동에 할애하고 있는데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살다 보면 일상에서 갈등 등이 발생을 하면, 법리적인 대처가 가능한지 알아보거나 변호사님이 굳이 하기 싫은 일들을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법리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지 소통 정도만 하면 나머지는 변호사님이 다 알아서 하신다"면서도 "이제 짬이 되다 보니 의뢰인에게 직접 '이런저런 식으로 해결될 거다. 우리 변호사님이 이렇게 말했다'라는 정도는 설명할 수 있다"라고 자부하기도 했지요.

법학 전공 아니라도 가능한 법률사무소 직원

이날 방송에서 핲기는 법률사무소에서 일하기 위해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서울지방변호사 협회 소속으로 법적 결격 사유가 없다"면서 "변호사에게 직접 '우리 직원으로 인정해달라'라는 추천을 받았다"라고 전했습니다. 즉, 법적 결격 사유만 없다면 전공이나 자격증 등이 필요하지 않다는 설명.

실제로 핲기가 맡고 있는 사무장직을 포함해서 법률사무소나 법무사무소에서 일하는 법률(법무)사무원은 반드시 관련 전공자일 필요는 없으며 사업주인 변호사나 법무사가 고용하는 방식입니다. 입사 시 법과 관련된 시험경력, 학위, 일반 기업체 경력 등을 반영해서 사업주(변호사, 법무사)가 직급을 제안하고 연봉까지 책정해서 계약하는 것인데요. 계약 후에는 반드시 해당 근무지역 변호사회나 법무사회에 신고하여 사무원증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드라마 하이에나 속 법률사무원

다만 고용주인 변호사(법무사)의 입장에서 관련 전공자를 더 선호하는 것은 당연할 텐데요. 법학 전공자가 아니면서 관련 경력이 없는 초보 사무원의 경우에는 주로 변호사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비서업무와 전화업무를 시작으로 소송전후 서류업무를 보조하는 송무까지 담당하게 됩니다.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면 생소한 법률용어 때문에 초반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이지만 주로 변호사(법무사)가 구체적으로 지시한 내용을 실행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법률 지식보다는 효율적으로 일처리를 진행하는 사무능력이 더 중요하게 평가되지요.

전문적 능력이 요구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월급은 낮은 편입니다.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인데, 개인 변호사가 운영하는 법률사무소인지 대형로펌인지에 따라서 연봉의 차이가 생기는 정도. 특히 법인이나 규모가 큰 로펌이 아닌 경우에는 연차나 4대 보험 등 일반적인 복지도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잦은 이직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변호사보다 잘 번다는 사무장의 정체

작은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법률사무원의 경우 10년 이상 근무해도 세후 250을 넘기기 어려운 박봉이지만 사무장이 된 후부터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법률사무소 내,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와 법무사 바로 아래 직급으로 인정되는 사무장은 기본급은 200만 원 내외 수준이지만 사건을 수임해오는 능력에 따라 인센티브제로 받기 때문.

예를 들어 500만 원짜리 형사소송 사건을 수임한 사무장은 10%만 받아도 50만 원 수익을 가져가는 식입니다. 때문에 사무장 중에는 사건 수임을 잘 따내는 덕분에 변호사 이상으로 억 단위 연봉을 벌어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수임능력이 부족할 경우 일반적인 법률사무원들과 다를 바 없겠지요.

이는 일이 적은 변호사들이 월 200만 원도 못 버는 반면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 가운데는 수십억 연봉을 자랑하는 이들도 있다는 점과 비슷한데요. 특히 로스쿨이 생긴 후 매년 1500명이 넘는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변호사 업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2018년 신임검사 임관식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무장들의 사건 수임 능력이 중요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개업 변호사들은 사무장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커졌고, 사건 수임을 잘한다고 소문난 사무장들은 '경력사무장'이 되어  여러 변호사 사무실을 이직해가며 사건 수임료 중 본인이 가져가는 성과급 금액을 높입니다. 많게는 수임료의 15~20%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네트워크가 부족하거나 사건 수임이 잘 안되는 개업 변호사들의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이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건 브로커로 활동하는 외근사무장들에게 의존하는 변호사가 늘어나면서 심지어 사무장이 변호사를 고용해서 운영하는 일명 '사무장 로펌'까지 등장했습니다. 오랜 시간 법률사무소 등에서 사무직원으로 일하며 잔뼈가 굵은 사무장 가운데 사건 수임을 잘한다고 소문난 사무장이 로펌을 세우고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것인데요. 겉으로는 변호사가 법인 등기의 명의자로 등재되어 있으나 실질적인 고용관계는 법률전문가가 아닌 사무장이 변호사를 고용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

 

불법 사무장로펌의 피해는 의뢰인 몫

사무장로펌의 문제를 꼬집은 뉴스보도(채널A)

현행 변호사법상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무장이 사건을 대신 수임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또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과 변호사가 사건 수임 이익을 나누는 것도 법이 어긋나는데요. 사건 수임이 급한 변호사 입장에서는 관행처럼 진행되는 사무장의 인센티브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 사건이라도 더 맡아서 수입을 높이기 위해 다소 간단한 사건은 사무장에게 위임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큰돈을 받고 처리하는 복잡한 사건은 변호사가 직접 처리하고 수임료가 낮고 사건 처리가 비교적 간단한 개인회생 등의 업무는 사무장 선에서 처리하는 것인데요. 이 역시 엄연한 변호사법 위반이지만 법률에 해박한 이들이 증거를 남길 리 만무하기에 의심을 받고도 처벌받는 경우는 드문 상황입니다.

 

이 같은 불법 사무장로펌 운영의 피해는 의뢰인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사무장들이 상담을 하고 사건을 수임하는 법률사무소들은 기본적으로 높은 단가가 매겨지는데, 사무장들이 착수금에서 일부를 떼어 가기 때문에 변호사가 기존에 벌던 자신의 수입을 유지하려면 기존의 단가를 높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심각한 경우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이 사건을 맡아서 잘못 처리하는 바람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경우까지 있는데요. 법을 수호하는 법률전문가 업계에서 성행 중인 불법 행위에 대해 그저 '치열한 경쟁' 때문이라는 변명이 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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