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딸들의 전쟁’이라 불리며 경쟁 치열한 사업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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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들의 경영권 승계가 1세대와 2세대를 거쳐 3세·4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불모지에서 맨땅에 헤딩으로 성과를 일궈갔던 조부·증조부와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자산과 어릴 때부터 받아온 경영 교육을 기반으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한편 재벌가 딸들 사이에서는 한때 베이커리 사업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고 하는데요. 그들 중 대부분은 사업을 키운 뒤 현재는 손을 떼고있는 상태입니다.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빵순이들의 대격돌’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아티제 베이커리

“고급베이커리 업계는 공주님들의 경연장이다”라는 말이 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는 제과업계 사람들이 농담처럼 주고받던 말로 국내 10대 그룹 중 무려 네 군데에서 제과제빵 업계에 발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 중에서도 대표주자는 국내 최고 기업 삼성가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였습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잘 알려져있는 이부진 대표. 고 이건희 회장의 장녀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동생인 그녀는 2004년 고급 베이커리 카페인 ‘아티제’라는 브랜드를 세우게 됩니다. 아티제는 유럽형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카페로 지금도 곳곳에서 고급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종종 볼 수 있죠.

아티제는 당시 국내에서는 맛보기 어려웠던 고급 디저트와 빵 등을 취급하면서 입맛 까다로운 강남의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게 됩니다. 이로인해 청담, 여의도, 도곡, 서초 등 전국 27곳으로까지 매장을 넓히게 됐죠. 하지만 2012년 대기업이 베이커리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골목상권 침해라는 목소리가 크게 퍼지기 시작하면서 결국 이부진 대표는 아티제를 301억원이라는 가격에 매각하고 말죠.

롯데호텔 장선윤 전무
프랑스 ‘포숑’ 국내에 들여와

롯데그룹 창업주 고 신격호 회장의 손녀이자 현재 롯데호텔 전무를 맡고있는 장선윤은 롯데가의 유일한 3세 여성 경영인으로도 유명했습니다. 그녀는 어머니인 신영자 전 롯데쇼핑 부사장의 지원을 받아 경영활동을 시작했는데 소탈한 성격으로 인해 경영초기부터 지금까지 직원들 사이에 평도 상당히 좋죠.

그녀는 2005년 롯데백화점 명품관인 애비뉴엘을 성공적으로 오픈해 VIP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큰 매출을 올렸는데요. 2010년에는 식료품 제조업체 ‘블리스’를 설립하더니, 프랑스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 ‘포숑’을 국내에 들여왔습니다. 포숑은 오픈 한달만에 월 평균 2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큰 성과를 거두게 되었죠.

포숑의 빵과 초콜렛 등을 먹어본 고객들은 맛도 훌륭하고 매장 분위기도 고급스러워 매우 마음에 든다면서 만족스러운 의견을 들려줬는데요. 하지만 포숑은 아티제와 마찬가지로 재벌의 서민상권침해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죠. 결국 장성윤 전무는 소상공인 보호라는 국민 여론에 부응하기 위해 2012년 드디어 베이커리 사업에서의 철수를 결정하게 됩니다.

신세계백화점 정유경 사장
달로와요&베키아에누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역시 유통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죠. 그녀는 조선호텔베이커리에서 ‘달로와요’와 ‘데이앤데이’, 그리고 레스토랑 ‘베키아에누보’를 포함해 총 6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재벌가 여성경영인들의 베이커리 전쟁에 가세를 더했습니다.

그 중 ‘달로와요’는 200년 전통의 프랑스 베이커리 브랜드로서 신세계백화점에만 10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더 메나쥬리’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고 있는데요. 프랑스 현지의 맛을 현대적으로 잘 풀어낸 빵과 제과들로 고객들에게 인정받고 있죠.

이외에도 ‘데이앤데이’는 이마트에 입점한 대중형 베이커리 브랜드로서 빵과 함께 피자 등을 납품하는 곳입니다. ‘베키아에누보’는 백화점과 서래마을에 입점한 카페겸 베이커리인데, 뛰어난 맛의 파스타와 스테이크까지 함께 판매하고있어 젊은 미식가들 사이에서 상당히 인기라고 하죠. 하지만 대기업 제빵사업에 대한 논란과 함께 정유경 사장 역시 신세계SVN의 지분 40%을 모두 정리하고 말았습니다.

재벌가의 외식사업 도전
남겨진 의의

2010년을 전후로하여 폭풍처럼 몰아쳤던 재벌가 여성들의 베이커리 전쟁. 이들은 어린시절부터 유학생활을 통해 해외문물을 일찍이 보고 접한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국내 소비자들의 눈과 입이 점점 고급화되는 것을 캐치하고 잠재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새로운 방안을 모색한 것이죠.

결국 그들은 해외에서 이미 인정받고있는 해외 식품 브랜드들을 들여오거나 혹은 이를 벤치마킹하여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보였습니다. 그 과감한 도전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관통하여 한때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재벌가의 영역확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로 인해 결국 막을 내리게 되었죠.

비록 중도하차이긴 하지만 이들의 도전은 여러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부모의 후광 아래 가려져있던 재벌 3세·4세들이 자신만의 실력으로 큰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죠. 뿐만아니라 이후 다양한 고급 브랜드들이 들어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주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습니다. 그 덕에 우리가 지금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고급스러운 유럽 빵들을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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