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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괴담] 지금 30분 째 화장실에서 나가려고 하는 중인데요

뉴 선데이서울 2019. 9. 1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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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 수가 없어요.

 

한 30분 전에 샤워 다 하고 물기 닦고, 잠옷 입고, 나갔거든요.

그런데 다시 들어와 있어요. 문이 닫혀 있어요.

 

멈춰서 잠깐 지금 무슨 상황인지 생각했어요. 그냥 내가 나갔다고 착각했었나 보다 하고, 다시 나가려고 했어요.

문고리 잡고, 돌려서, 문 열고, 나갔거든요.

그런데 다시 들어와 있어요. 지금 닫힌 문 앞에 서 있어요.

 

나가려고 할 때마다 이렇게 돼요.

저는 샤워할 때 핸드폰 들고 들어오거든요. 제가 혼자 사니까, 혹시 몰라서.

그래서 일단 부모님한테 전화를 했어요.

아빠는 안 받으시고, 엄마가 받으셨어요.

제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문이 열리는데 어떻게 갇힐 수 있는지 이해를 못 하시더라고요.

엄마는 계속 그러니까 화장실 문이 고장나서 안에 갇혔다는 말 아니냐고 그러시고...

어쨌든 엄마가 한 15분 거리에 사시기 때문에, 아마 곧 오실 거에요.

 

저는 욕조에 기대서 앉아 있어요. 열린 문 밖으로 저희 집 계단이 보여요.

이번에는 열어 놓기만 하고 나가지는 않았어요.

모든 게 평범해 보여요.

제 방문도 나왔던 상태 그대로 닫혀 있고, 선반 문도 닫혀 있고, 내려가는 계단이랑 현관문까지 그냥 다 정상이에요.

 

 

 

문이 닫혀있네요.

저게 언제 어떻게 닫혔는지 기억이 안 나요. 

아마 제가 방금 문단 쓰고 나서 몇 초 내로 바로 닫힌 것 같아요.

위에 써둔 글을 지금 계속 읽고 또 읽고 있어요.

제가 써둔 저 글이 제가 미친 게 아니라는 증거에요.

 

 

 

엄마가 저 집에 있냐고 문자하셨어요.

그렇다고, 지금 화장실에 갇혀 있다고, 그래서 전화한 거라고 답장했어요.

엄마한테 답장이 왔는데

 

엄마: 왜 대답을 안해?

나: 무슨 말이야

엄마: 거기 있긴 한거야?

나: 여기 있지! 엄마 왔어?

엄마: 지금 화장실 문앞이야. 계속 부르고 있잖아.

 

진짜 이해가 안 가요. 문 밖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나거든요. 저 문을 열어봐야겠어요.

 

우리 집 계단, 내려가는 길, 현관이 보여요.

그런데 엄마는 없어요.

나가려고 해봤지만 소득은 없었어요.

다시 닫힌 문을 쳐다보고 서 있네요.

 

 

엄마가 바깥쪽에서 문고리를 잡고 열어 보려고 했는데, 안 열린대요.

엄마가 문을 따려고 도구들을 들고 왔어요.

엄마가 분명히 지금 하고 있다는데, 아무 소리도 안 나요. 손잡이가 움직이지도 않아요.

 

 

아, 엄마가 자물쇠를 떼냈대요. 그런데 여전히 그 쪽에서 문이 안 열린대요.

엄마가 자물쇠 떼어낸 동그란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봤는데, 화장실밖에 안 보였대요.

텅 빈 화장실이요.

 

근데 제 문에는 구멍 같은 거 없거든요.

손잡이랑 자물쇠랑 다 그대로 있거든요.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고,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엄마한테 진짜로 여기 있다고 계속 얘기했더니, 엄마가 아예 문 자체를 쓰러뜨리게 사람을 불러 오겠대요.

 

그런데 그랬는데도 화장실이 텅 비어 있으면 어떡하죠.

나는 계속 여기 이 화장실에 갇혀 있고.

 

 

저희 집 화장실은 안에 콘센트가 없어요. 충전기도 안 들고 왔어요.

제 폰도 언젠간 꺼질 것 같아요. 지금 벌써 24%에요.

이거 꺼지면 저는 바깥 세상이랑 연결되는 유일한 수단을 잃어버리는 건데....

 

저 진짜 어떡하죠.

 

엄마가 누구 불러온다고 가버렸어요.

저는 이제 어떡할지 고민하면서 앉아 있어요.

문 쓰러뜨리는 걸 제가 직접 해볼까 했어요. 소용은 없겠지만 그냥 해봐야겠어서.

제가 전에 레딧에서 봤거든요.

문 열 때는 어깨로 치지 말고, 손잡이 쪽이 약한 쪽이니까 거기를 발로 차야 한다고.

별 소용이 없었어요.

애초에 이 문에 약한 부분이 있긴 한지 모르겠네요.

 

창문은 작아요. 제가 빠져나갈 수 있을 거 같지 않아요.

 

아 망했네요. 창문 어차피 열리지도 않네요.

저희 집 창문들이 잠글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작은 열쇠로 잠그는 건데, 이사 올 때 그 열쇠를 받은 적은 없어요.

그래서 한 번도 잠근 적이 없는데.

근데 잠겨 있네요.

 

창문에 싸구려 플라스틱 블라인드 같은 게 있어서, 제가 그냥 그걸 뜯어냈어요.

벽 페인트도 약간 같이 떨어졌는데, 어쨌든 이제 창문에 접근하기 좀 나아요.

창문이 변기 바로 위에 있어서, 제가 지금 물탱크 뚜껑 위에 무릎 꿇고 창문을 막 당겨보고 있어요.

잘 안 

 

잠깐만, 열렸어요.

밖이 이렇게 깜깜한 줄 몰랐네요.

깜깜하면 안 되는데, 지금 낮인데.

 

 

 

제발 누구라도 있기를 바라면서 둘러봤어요. 아무도 없어요.

모든게 약간...음소거가 된 거 같아요.

뭐라 설명할 수가 없네요.

지금 밖을 내다보면서 느낀 이 깊은 두려움이랑...그냥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설명할 수가 없네요.

본능적으로 그러면 안 될 거 같았는데, 일단 어디로 떨어질 지 한번 보려고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어요.

 

창문이 닫혔어요.

제 몸이 움직였다는 느낌이 안 났는데, 근데 지금 창문이 닫혔어요.

저 좆같은 블라인드도 원래 자리에 있네요.

 

 

 

저 지금 그냥 바닥에 앉아 있어요.

저 창문이랑 문이랑 최대한 떨어져서 앉아 있어요.

토할 것 같아요.

 

 

엄마가 직장 동료랑 돌아왔어요. 그 아저씨가 엄마랑 경첩을 풀어버리고, 문을 뜯어냈어요.

제가 거기 없었대요. 안 보였대요.

엄마가 화장실 안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 줬어요. 저는 없어요.

엄마가 지금 무슨 장난 치는 거냐고, 이제 제 문자랑 전화에 답도 안 하세요.

 

 

 

지금 배터리 14% 남았어요. 저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엄마한테 마지막 인사 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엄마는 전화 안 받네요.

 

 

 

추가: 샤워 커튼도 뜯었었는데, 지금 다시 달려 있네요. 욕조 위에 잘 있네요.

 

창 밖도 또 봤었는데, 무슨 웅얼대는 소리가 났었어요. 낮고, 조용하게 웅얼거리는 거 같은...

그 후로 창문을 안 열었어요.

 

이제 배터리 1%네요.

저 만약 나가면, 이 글에 추가글 올릴게요.

만약 글 수정 안 되면, 저 아직 여기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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