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픽

전원일기로 데뷔해 10년 동안 신인 소리 듣던 배우, 알고 보니 200억 기업 아들?

뉴 선데이서울 2020. 7. 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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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해본 적이 있나요?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저울질해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특히 진로와 직업 선택을 앞둔 청년이라면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끝없는 고민에 빠지기도 하지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 직업적으로 안정적이고 현실적으로 좋은 성과를 낸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겠지만 그런 경우는 드뭅니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전보다는 안정을 찾는 것도 이해할 만한데요.

큰 용기를 가지고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더라도 그 성과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면 중도에 포기하고 보다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길을 찾아 되돌아가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아주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길이 기다리고 있다면? 힘든 도전을 그만두고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는 이 길로 들어서라고 손짓한다면 어떨까요?

연기자의 꿈을 가지고 공채 탤런트가 되었지만 무려 10년 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오랜 무명시절을 겪은 배우가 있습니다. 심지어 신인시절 생긴 트라우마로 손이 떨리는 후유증 때문에 한동안 연기를 못하는 상황까지 겪었다는 주인공은 배우 인교진입니다.

인교진은 단국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2000년 MBC 공채 탤런트에 합격하면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공채' 합격자에게는 꽤 많은 기회가 열렸고 인교진은 '전원일기'를 비롯해 MBC의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공채시험에만 덜컥 합격했을 뿐 연기 경험이 없던 신인에게 큰 무대는 오히려 독이 된 걸까요? 합격 후 방송국으로 출근해 대기 중이던 인교진에게 MBC 대표작 '전원일기'의 단역 제안이 왔고 인교진은 극중 '복길이'에게 추파를 던지는 양아치 대학생 역으로 첫 연기를 선보였는데요. 맡은 역할을 잘 소화한 덕분에 '개똥이' 역으로 고정 출연하게 된 인교진은 전원일기 출연자들과 함께 대본 연습을 하게 됩니다.

생애 첫 대본 연습을 하게 된 인교진은 연습실에 들어서자마자 김혜자, 최불암, 김용건, 고두심 등 대선배들의 모습에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너무 긴장한 탓에 대본 연습 내내 떨리던 손은 연습이 끝난 후에도 이어졌지요. 신인배우 인교진에게 그날은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았고 연기를 할 때마다 손이 떨리는 후유증을 겪는 바람에 연기 활동에 제약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중국 배우 양조위를 닮은 매력적인 마스크와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력 덕분에 금방이라도 스타의 반열에 오를 것 같던 인교진은 트라우마 때문인지 큰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공채로서 신분이 유지되던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주로  MBC의 아침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연기 경험을 쌓은 정도인데요.

시청자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공채의 계약이 만료되었고 2003년부터는 프리랜서의 신분으로 캐스팅에서 특혜를 받지 못한 채 오디션을 보러 다녀야 하는 무명배우가 되었습니다. 공채 계약이 만료되면서 다양한 방송국의 출연이 가능해졌지만 기회는 줄었지요. 2003년부터 5년 동안 맡은 작품은 단 4개. 그중 단막극이 하나, 그 외 작품에서도 모두 비중이 적은 조연을 맡았습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은 넘쳤지만 기회가 찾아오지 않아 힘들던 시기에 인교진은 특별한 유혹에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바로 아버지가 운영 중인 회사의 경영에 관심을 가진 것인데요. 해당 기업은 합성수지 제조업체인 성원산업으로, 연 매출 200억 원대의 단단한 중소기업입니다. 인교진의 아버지 인치완은 과거 38살 나이로 대기업의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한 뒤 직접 자신의 사업채를 꾸려보고자 퇴사했고 1995년 성원산업을 설립했습니다.

과거 인치완은 직접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사업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는데, 당시 그는 "선박선 전선 케이블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일본, 중국, 동남아에도 수출하고 있으며 업계 점유율 1위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더불어 아들 인교진에 대해 "경영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촬영이 없는 날이면 공장을 찾아 나름대로 경영수업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꿈을 찾아 배우의 길에 들어섰지만 생각만큼 운이 따라 주지 않던 무명시절 인교진에게 아버지의 사업채는 언제든 돌아오라고 손짓하는 유혹이 될만했겠지요. 하지만 인교진은 배우로서의 목표를 쉽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보다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의지 자체가 강했기 때문에 배역의 크기에 상관없이 기회를 잡았고 2008년 일일드라마 '애자언니민자'를 통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덕분에 2009년 '선덕여왕'에 캐스팅되어 '용춘공'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데뷔 10년 차에 중고 신인이 된 인교진은 이후에도 꾸준히 자신만의 연기를 해나갔습니다. 대중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톱스타는 아니지만 작품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해내는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지요.

그러던 중 다시 한번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를 만났는데, 이는 다름 아닌 아버지 덕분이었습니다. 2012년 한 예능을 통해 '패밀리 합창단'에 참여한 것인데요. 당시 인교진은 아버지 인치완, 동생 인두진과 함께 오디션에 참가해 합격했고 합창단원이 되어 '부산국제합장제'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해당 방송의 내용에 따르면 인치완은 '전국노래자랑' 우승자 출신이며 어린 시절부터 가수가 꿈이었으나 부모님의 반대로 좌절한 케이스입니다. 때문에 당시 방송에서 인치완은 "아들 인교진이 내 꿈을 대신 이뤄줬다"라며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도와준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했지요.

다만 아들 덕이라고 하기에는 인치완의 가수에 대한 꿈은 매우 간절해 보입니다. 합창단 참여 이후인 2016년 그는 60세가 넘은 나이에 가수로 데뷔해 정식 앨범을 발매하는 도전을 감행했습니다. 1집에서는 아내를 위한 만든 곡 '사랑의 선물'을 발표했고 2017년 11월에는 '인생은 한방'이라는 곡을 냈지요. 특히 '인생은 한방'이라는 곡은 임원으로 승진한지 9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고 막 자리를 잡아갈 무렵 IMF가 터지면서 힘들었던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곡인데요.

자신이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도전하는 것, 큰 위기에도 뒤돌아가지 않고 정면으로 승부해 결국 성공해내는 것,  60세가 넘은 나이에도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 아버지 인치완의 삶의 모습 그 자체가 인교진에게는 "꿈을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라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요?

인교진 역시 아버지에 대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삶의 태도를 그대로 본받은 덕분인지 마침내 '코믹 연기'에 특화된 자신만의 연기 스타일을 만들어냈지요. 워낙 선이 굵은 미남형 얼굴 때문에 냉소적인 인물이나 악역을 주로 맡아오던 인교진은 의외의 '망가짐'을 선보이면서 자신의 매력을 배가시켰습니다.

또 아버지 다음으로 그에게 연기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건 바로 아내 소이현인데요. 2014년 결혼해 부부가 된 두 사람은 배우로서 서로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특히 소이현은 남편에게 늘 "잘한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습니다. 이에 대해 인교진은 "아내는 '나는 항상 오빠 믿지'라고 매일 말해준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말할 정도였지요.

아내의 칭찬에 힘입어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주연을 맡아 좋은 성적을 거둔 인교진은 이후 보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가족예능을 통해 다정다감하고 진솔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기도 했지요.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나의나라'에서는 치아를 까맣게 분장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 인교진은 드라마 종영 후 인터뷰를 통해 "역이 크든 작든 할 수 있는 연기를 꾸준히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라고 전했습니다.

하반기 드라마 출연이 예정되어 있으나 현재는 일이 없는 상태라는 인교진은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현재 상황에 대해 "자존심 상하지 않을 만큼 라디오도 나가고 여러 가지 하고 있다"라며 "식비 정도 벌고 있다"라고 말했는데요. 아버지 뒤를 이어 사업을 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아버지 회사 경영에 관해서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지만 제 일을 너무 사랑한다. 회사 경영은 아버님이 알아서 잘하실 것"이라고 결심이 선 듯 단호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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